[고교학점제 첫도입] ① 완전히 달라질 교실풍경…'나만의 시간표' 짠다

연합뉴스 2025-03-17 07:00:02

원하는 수업 따라 교실·학교 '점프'…1학년 공통수업 후 2학년부터 선택과목 수강

당국 "잠자는 교실 깨울 것"…학생 "불안"·교사 "부담" 목소리도

교육부, 고교학점제 도입 추진 박차…해결 과제 '산적' (CG)

[※편집자주 =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됐습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취득·누적해 일정 학점 수 이상이 되면 졸업하는 제도입니다. 기존의 획일화된 수업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적인 제도로, 잠자는 교실을 깨울 것이라는 기대와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한다는 우려가 공존합니다. 연합뉴스는 고교학점제를 개괄하고 앞으로 바뀔 교실의 모습을 전망한 세 편의 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세종=연합뉴스) 고은지 고상민 서혜림 기자 = 올해 신학기부터 고교학점제가 전국 고등학교 1학년에 전면 도입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핵심 교육 공약으로 언급된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2018년 기본방향 및 도입 일정을 발표했고 2018∼2022년 관련 법령과 교육과정 개정 등을 통해 운영 기반이 마련됐다.

정권이 바뀐 후 일각에선 고교학점제를 유예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고교학점제 추진·보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시행에 탄력이 붙었고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고1부터 전면 시행됐다.

두 정부에 걸쳐 추진된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학사 제도의 변화를 포함해 수업, 평가, 교육여건 정비에 이르는 학교 전반의 변화를 가져왔다.

"192학점 채워야 졸업"…고교학점제로 바뀐 학교는 (CG)

◇ 반 친구끼리 다른 시간표…학교 간 '벽'도 허물었다

1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고등학생들은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었다면,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엔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게 된다.

반드시 배워야 하는 내용은 공통과목으로 지정돼 학생이 의무적으로 수강하되 이를 제외한 과목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같은 학교·학급 학생 간에도 수업 시간표가 달라질 수 있다.

고교 학사운영도 학점 이수 기반으로 바뀐다.

학생은 공통과목 외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이수해 누적 학점이 192점 이상이면 졸업하게 된다. 이때 과목출석률(수업 횟수의 3분의 2 이상)과 학업성취율(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1학점은 50분을 기준으로 한 학기에 16회를 이수하는 수업량이다. 각 과목은 학기당 기본 4학점(체육, 예술, 교양은 3학점)으로 배정된다.

이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방과 후나 방학 중 보충지도 등을 받는다.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유급까지 가능하나 교육 당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또 기존처럼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 교사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로 찾아가게 된다.

나아가 학생이 소속 학교에 원하는 과목이 없을 경우 다른 학교나 지역 대학·교육기관, 온라인 학교 등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교실에서 잠든 고교생

◇ "잠자는 교실 깨울 것" 기대 속 '불안한' 학생·'부담스러운' 교사들

현 고1부터 적용됐지만, 학교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있을 전망이다.

1학년은 우선 기초 소양을 위해 공통과목 48학점을 듣는다.

또 학기 초 진로·적성 검사와 상담을 받고 5월께부터 다양한 선택과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어 2학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과목 수요조사 과정을 거친 후 2학년 때 들을 선택과목을 결정하게 된다.

교육 당국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각자 진로·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성취도를 평가함으로써 경쟁이 아닌 성장을 위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고교 교육을 대입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입시에 유리한 수업으로 학생들이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준다는 고교학점제 취지와는 달리 2028학년도 수능은 통합형으로 가면서 고교 교육과 대입제도 간 '엇박자'가 났다는 비판도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내신이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간소화된 것 역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추긴다. 내신 외 경쟁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학교생활기록부를 관리해주는 고가의 컨설팅업체도 등장했다.

교사들은 늘어난 수업만큼 가중되는 수업 부담과 학업성취율 평가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지난 1월 경기도 내 3개 교원단체가 개최한 고교학점제 관련 토론회에서 경기교사노조 김희정 대변인은 "다과목 수업과 고교학점제로 생긴 행정 업무, 진로 및 선택과목 설계 지도로 인해 교사들은 업무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율 또는 출석률을 채우지 못한 학생을 위한 추가학습도 학교와 교사가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시도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학교 현장에 대한 점검과 확인을 지속해 실시하면서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과제 발굴과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un@yna.co.kr, gorious@yna.co.kr, sf@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