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유지군엔 "핵심 지점 배치해 우크라군 훈련"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산에 길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찾아 유럽산을 사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고 1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르파리지앵 등 현지 매체들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산) 패트리엇을 사는 국가에는 SAMP/T를, F-35 전투기를 사는 이들에게는 라팔을 제안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유럽의) 생산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각국이 방위비 증액에 나선 가운데 이 돈이 미국 등 해외 방산업체에 흘러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SAMP/T는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방공 미사일 체계다.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은 물론 최대 10기의 순항미사일을 100㎞ 밖에서 요격할 수 있다. 라팔 전투기는 프랑스산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자국 방위산업체에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생산 비용을 줄이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을 주장해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국제무기거래 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의 미국산 무기 비율이 52%에서 64%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한국산 무기는 각각 6.5%를 차지했고, 독일(4.7%)·이스라엘(3.9%) 등이 뒤를 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대서양 동맹이 균열할 수 있다는 우려에 유럽 방위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U는 지난달 말 대규모 자금 동원 구상을 담은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EU 예산을 담보로 하는 1천500억 유로(약 236조원) 대출금 지원을 유럽산 무기 공동구매 시에만 지원하겠다고 예고했다.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는 포르투갈이 대미 관계 변화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산 F-16 전투기를 F-35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에 대한 구상도 공개했다. 그는 "참여국이 병력 몇천명씩을 파병해 핵심 지점에 배치하고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우리의 지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날 30개국이 참여한 일명 '의지의 연합' 화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평화유지군과 관련해 '실질적 계획' 수립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오는 20일 런던에서 의지의 연합 동참 의사를 밝힌 국가의 군 수뇌부 회의가 열린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