쉑터 "우리의 삶, 문화, 희망은 꿈의 세계와 연결"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관객의 웅성거림이 이어지는 와중에 예고도 없이 남자 무용수가 객석 사이 통로를 걸어온다.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웅장한 느낌의 타악기 소리가 점점 공연장을 메우고 무용수는 무대 위로 올라간다. 무대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그의 모습은 낯선 곳을 방문하는 듯하다. 무용수가 막 안으로 사라지고 조명이 어두워지면 본격적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현대무용계 스타로 꼽히는 호페시 쉑터의 최신작 '꿈의 극장'이 지난 14∼1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국내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꿈의 극장'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욕망과 억압의 경계를 탐구한 현대무용 작품이다.
무대장치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 먼저 눈에 띈다. 좌우 양쪽으로 펼쳐지는 막이 대표적이다. 막을 다 펼치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무대 일부만 열어둬 막이 프레임의 역할을 하게 했다. 여기에 완벽한 어둠과 빛을 오가는 조명이 더해져 마치 스냅숏(snapshot)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막들 사이에서 안무를 펼치다가 어두워지고 다시 조명이 켜지면 다른 안무를 선보이는 식이다. 꿈이 이야기 전체보다는 장면들로 기억이 된다는 점에서, 공연 제목처럼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공연은 다채로운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의해 다양한 꿈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무용수들은 눕고 뛰고 옷을 벗는다. 다른 사람의 등에 안기고 다른 사람을 밀쳐내기도 한다. 음악도 좌석이 진동할 정도의 강렬한 비트와 달콤하고 여유로운 삼바와 살사, 팝송까지 다양하다. 움직임들은 라이브로 연주되는 곡에 스냅숏의 효과를 일으키는 무대 장치가 더해져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관객은 버려지는 악몽에서부터 신나고 즐거운 꿈까지 다양한 꿈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꿈의 극장'은 성남아트센터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극장과 축제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공연을 만든 호페시 쉑터 컴퍼니는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시립극장에서 '꿈의 극장'을 초연한 이후 순회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성남아트센터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꿈의 극장'은 올해 열리는 로런스 올리비에상 최우수 무용 신작(Best New Dance) 후보에 올랐다. 로런스 올리비에 상은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쉑터는 지난 14일 공연을 끝낸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진짜 우리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했던 것 같다"며 "우리의 삶, 문화, 희망, 이런 모든 것들은 어떻게 보면 꿈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보인 여러 가지 도전들, 아름다움을 관객 여러분이 같이 경험하고 공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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