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원 정원 95명인데 22명 결원…충원 한계에 업무 가중
24시간 거주 장애인 177명…"식사·복약 등 생활돌봄 공백 우려"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울산 최대 규모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이 상습 학대 가해자로 지목돼 직무 배제된 생활지도원들의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생활지도원 정원 4분의 1에 달하는 결원 규모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남아있는 직원들은 높아진 업무강도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설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돌봄 공백이 우려된다.
◇ 남은 직원들 3교대→2교대…거주 장애인 돌봄 차질 우려
1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북구에 위치한 해당 시설에는 중증 지적장애인 177명이 24시간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식사, 복약, 목욕, 취침 등 일상생활 전반을 돌보는 것이 생활지도원들이다.
최근 이 시설에선 생활지도원들이 거주인을 상습 학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 수사를 통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29명, 가해자는 20명인데, 가해자로 지목된 생활지도원들이 대거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퇴사했다.
생활지도원 정원이 95명인데, 22명이 결원인 상태다. 이는 퇴사자(7명)와 직무 배제자(13명), 기존 미채용 인원(2명)을 합친 인원이다.
시설 측은 인력 확보를 위해 채용 자격까지 완화했지만, 결원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결국 최근에는 기존 3교대로 운영하던 교대 방식을 2교대로 조정했다.
남은 직원들이 하루 12시간씩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강도 높은 업무를 하지만, 동료들에게 짐이 될까 마음 편히 연차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는 못 버티겠다며 퇴사하는 직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번 달만 해도 2명의 생활지도원이 시설 측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시설 관계자는 "하루 12시간을 일하지만 돌봄 관련 직무의 특성상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들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려 있어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들의 피로 누적은 고스란히 중증장애인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보호자는 "아이와 직접 접촉하는 선생님들의 스트레스가 커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갈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강도 높은 일인데 인원까지 부족하니 돌봄에 공백이 생길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 지자체·기업 봉사자 투입…"그래도 역부족"
관할 지자체인 울산시와 북구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대체인력 지원센터와 협력해 하루 3∼5명의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관내 장애인 거주시설 14곳과 지역 기관 14곳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1사 1시설 결연' 사업을 통해 주 1회 봉사자도 지원한다.
매주 수요일마다 시청 직원 약 40명이 시설을 찾아 환경 정비와 프로그램 운영, 일상생활 보조, 행정 업무 및 외부 활동 등을 돕는다.
시설 측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구인 공고를 내고 있다.
초반엔 지원자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신규 종사자 채용 자격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면서 최근 생활지도원 4명을 새로 뽑았다.
다만 결원을 채우기에는 약간의 신규 채용 직원과 봉사자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 신규 채용 인원만큼 퇴사자도 이어지는 데다가, 직무에서 배제된 13명이 여전히 직원 정원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자리에는 새 직원을 투입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결원 22명 중 미채용 인원 9명(퇴사자 7명·기존 미채용 2명)을 모두 채우더라도, 경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직무 배제자들의 자리는 비워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설 측 설명이다.
당분간 시설 운영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에 의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 봉사를 원하는 단체나 개인은 울산시 자원봉사센터(☎052-286-1472) 또는 해당 시설에 전화 문의 후 방문하면 된다.
jja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