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진 나서 주주 '송곳 질문'에 답하며 소통 확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요 기업들이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 소통 강화에 나선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주총장을 공개하는 등 '열린 주총'으로 소통을 확대하려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코스피 대장주이자 '국민주'인 삼성전자의 주총에는 매년 중장년층 주주는 물론이고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주주 등 수백명의 주주가 참석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총 516만210명으로, 2023년 말(467만2천39명)과 비교해 48만명 이상이 늘며 '500만 주주'를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주총에 앞서 최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각각 내정하며 이사회 내 반도체 기술 전문가 보강에 나섰다.
주총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이 내놓을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처음으로 사업전략 발표 이후 '주주와의 대화'를 마련해 주요 경영진이 직접 주주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주주들은 반도체 사업 적자 이유와 위기 관리 대책 등에 대한 '송곳 질문'을 쏟아낸 바 있다.
주주 편의를 위해 온라인 중계도 병행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주총장 온라인 중계를 도입했다.
아울러 주주체험 강화를 위해 AI 홈, 상반기 출시 예정인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갤럭시 AI, 의료기기, 하만 전장·오디오 제품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제23기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주총장을 개방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열린 주주총회'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본부가 재편된 만큼, 올해 주총에서는 각 사업본부의 전략 방향과 비전을 상세히 소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의 질문에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경영진이 직접 답변하는 시간도 가질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반영해 영어 동시통역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한다.
LG전자는 주주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주주총회의 현장 진행과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룹 리밸런싱(사업재편)의 일환으로 SK E&S와 합병한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8일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서 제18기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부터 정기 주총에 이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주주와 경영 현황에 대해 소통하는 '주주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도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직접 나서 주주의 질문에 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 E&S와의 합병 이후 성과와 향후 전략,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부진을 겪는 배터리 사업의 대응책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KT는 2003년 민영화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의 주총이 단순히 의안을 결의하는 형식적 행사에 머물렀던 반면 최근에는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확대하면서 주총이 변화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