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트럼프의 앙갚음…美국립보건원서 파우치 벽화 철거

연합뉴스 2025-03-16 08:00:17

코로나 대응 쓴소리한 전 방역수장에 '뒤끝'…경호·전시도 중단

앤서니 파우치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집권기 때 방역 수장으로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쓴소리를 하다가 미운털이 박힌 앤서니 파우치 전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벽화가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돌연 사라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NIH의 중앙 건물에 그려져 있던 파우치 전 소장의 벽화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주에 철거됐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건물의 한 복도 벽면에는 여러 과학자와 함께 파우치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의 "과학은 우리가 마음과 자원을 투입하면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발언도 소개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파우치 부분만 잘려 나간 채 변색된 벽면만 남아 있다.

NIH는 벽화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앙금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까지 38년간 NIAID 소장으로 재임한 파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라리아약 코로나 치료 효과 주장을 반박하거나, 마스크 미착용을 비판하는 등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은 눈엣가시로 여겨 온 파우치를 여러 수단으로 공격해 왔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파우치 기소를 공언하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그를 '선제 사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파우치에 대한 경호를 철회했고, 파우치의 대응을 비판해 온 의료계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하고 있다.

정부 구조조정을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1월 파우치가 간접적으로 중국의 바이러스 연구소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빌어먹을 악마"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정부효율부(DOGE)는 NIH에 파우치를 기념하는 전시회를 취소하도록 했고,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를 비용 절감 사례로 홍보했다.

파우치는 자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중국 기원설을 배척하고 관련 연구를 억압했다는 등 트럼프 측 인사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 왔다.

그러나 파우치를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압력 속에서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위축되고 있다.

2년 전 공개적으로 파우치를 "영웅"이라 불렀던 한 의사는 자기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정치적 환경이 변했다며 이번에는 익명을 요구했다고 WP는 전했다.

NIH의 예산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 정부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토로하는 과학자들도 있다고 한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