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냉난방공조 등 B2B 사업 확대…안정적 실적 뒷받침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장기화로 고전하는 가전업계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활로를 뚫고 있다.
업계는 B2C(기업-소비자 거래) 가전 수요 침체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뒷받침할 미래 먹거리로 냉난방공조(HVAC)를 비롯한 B2B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 부문의 연간 매출은 2022년 60조6천400억원, 2023년 56조4천400억원, 2024년 56조5천억원으로 정체된 상태다.
고물가와 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전과 TV 수요가 침체하고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도 악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 와중에 B2B인 생활가전사업부 내 HVAC 설루션 사업은 최근 5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는 가파른 성장을 달성했다.
그 배경에는 기후 변화 등에 따른 주요국의 에너지 규제가 있다. 열효율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HVAC 시스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주거 단지, 공공시설, 상업 시설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에 고효율 인버터와 히트펌프 등 HVAC 설루션 공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HVAC 시장으로 에너지 효율 제품 수요가 급증하는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고효율 하이브리드 인버터 실외기 '하이렉스 R454B'를 출시했으며, 앞서 유럽 시장에 선보인 '가정용 히트펌프 EHS'를 연내 북미 가정까지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기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올해는 HVAC 설루션 사업에서 30% 이상의 매출 증대를 목표로 잡았다.
삼성전자는 HVAC 외에도 기업 환경에 최적화한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관리 플랫폼 '스마트싱스 프로' 등을 통해 B2B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에서 가전 사업을 하는 H&A사업본부는 2023년 처음 연 매출 3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에는 매출 33조원을 넘으며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이뤘다.
가전구독 확대 같은 사업 방식 변화가 질적 성장을 이끈 가운데 B2B 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실적을 뒷받침했다.
특히 B2B 중에서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HVAC 사업이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설루션으로 주목받는 초대형 냉방기 칠러,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등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한 공조 토털 설루션을 갖췄다.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는 HVAC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를 가전 사업부인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신설하면서 더욱 힘을 실었다.
또 LG전자는 B2B 가전과 호텔·병원용 TV 및 사이니지 등 다양한 B2B 제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기 같은 신사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 비중을 지난해 35%에서 2030년에 45%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CES 2025'에서 LG전자가 B2C뿐 아니라 B2B 영역에서도 AI를 기반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AI 가전과 HVAC 등이 집결된 소형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설루션 기반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 등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B2B 사업 비중이 커지면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확대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조 CEO는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매년 '상고하저' 패턴을 보이는 LG전자 실적을 언급하며 "B2B 비중이 올라가면 하반기에도 균등한 이익이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