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특급전사도, 관심병사도 아닌 그저 '서툰 군인'

연합뉴스 2025-03-16 00:00:20

웹툰 '서툰 군인'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군 생활만큼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소재가 있을까.

하루아침에 외부와 격리된 공간에 보내져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그 안에서 계급이 나뉘고, 하나의 사회가 굴러간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군대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등장했다.

최근까지도 드라마 'D.P.'와 '신병'이 인기를 끌었고, 예능으로는 '진짜 사나이'에 이어 '강철부대', '가짜 사나이' 등이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는 군대를 배경으로 한 일상툰(작가 일상생활을 그린 웹툰)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까지 나왔다. 웹툰 '서툰 군인'이다.

이량 작가는 별다른 미화도, 과장도 없이 본인이 겪었던 군 생활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엄청난 사건이나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이량과 부대원들은 눈이 내리면 제설하고, 탄약고에 풀이 자라면 예초를 하며, 내기에서 이기면 국방마트(PX)에서 냉동식품을 배 터지게 얻어먹고, 시간이 나면 사지방(군 내 컴퓨터 사용시설)이나 체력단련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선임의 갈굼을 받아내는 동시에 뺀질대는 동기를 챙기는 사이 이량의 '짬'(군 경력)은 조금씩 차기 시작한다.

이등병에서 일병, 상병, 병장으로 진급하며 전역일에 가까워지는 이량을 보고 있으면 주인공과 어깨를 겯고 이야기의 끝을 향해 함께 행진하는 느낌이다.

웹툰 '서툰 군인'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내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다.

매화 주제에 맞게 '오늘 ○○ 하는 날입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현재 92화까지 연재됐으니, 군 생활이라는 주제로 벌써 100개 가까운 소재를 꺼내썼다는 의미다.

군을 배경으로 한 많은 콘텐츠에서 절대적인 악역을 설정해두고는 하지만, '서툰 군인'에서는 모든 캐릭터를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냈다.

까칠하고 권위적이던 '김꼰' 병장은 전역하기 직전 마지막 선물로 이량의 생활복에 그림을 그려주고, 골칫덩이 후임 '눈치'는 혼자 행군해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더운 어느 여름 탄약반이 다 같이 계곡에 하계휴양을 떠나서 형, 동생처럼 격의 없이 놀다가도,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다시 부대 복귀 후 엄격한 선·후임으로 바뀌는 모습은 군 생황이 하나의 역할극 같다는 인상도 준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