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항공, 세계 최초로 항공기에 스타링크 서비스
(호놀룰루=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세목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가 없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모든 통신을 방해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선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스타링크만은 끊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타링크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인천∼호놀룰루 항공편에서 운 좋게도 기자는 스타링크를 체험해 볼 기회를 얻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는 19개의 섬으로 구성된 미국의 마지막 주다.
고립된 존재는 연결을 염원하기 마련일까.
하와이안항공은 세계 최초로 스타링크를 항공기에 채용한 항공사로, 지난해부터 이 서비스를 계속해 오고 있다.
식사 후 기내를 걷다가 게임에 열중하는 한 외국인 승객을 봤다.
호기심에서 온라인 게임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롤토체스'라는 라이엇 게임즈가 출시한 전략적 팀 전투 게임이었다.
자리로 돌아와 휴대전화 와이파이를 켰더니 스타링크가 잡힌다. '매우 빠름'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하와이안항공에 쓰이는 '스타링크 애비에이션'(Starlink Aviation)은 40∼220Mbps 이상의 다운로드 속도와 8∼25Mbps의 업로드 속도를 자랑한다.
'문송(문과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써 온 처지지만, 이것이 꽤 빠른 수치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초고속인터넷이 최상위라는 건 이젠 옛말이며 평균속도가 세계 34위 수준이라는 기사가 수년 전에 있었다.
2022년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평균속도가 다운로드 기준 171.12Mbps로 34위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더 빨라졌지만, 스타링크의 속도가 무척이나 빠른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트북을 꺼내 와이파이 연결을 했다. 이론상 속도보다 실제 체감 속도가 어떤지 알고 싶어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고전 전략 게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실행했다.
이 게임은 맥시멈 접속 인원 8명이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4대 4로 편을 갈라 게임을 하게 되는데 인터넷 사정이 나쁘면 중간에 끊길 정도로 게임 내 정보량이 많다.
이어폰과 마우스를 이용해 게임을 시작했는데 끊김이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테이블이 좁아서인지 마우스 움직임 등에는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하늘 위에서 주식투자나 어떤 업무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복도 건너편에 앉은 한 외국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을 통한 전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지나가던 승무원이 이를 제지했다. 곧이어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타인에 방해가 되니 전화 통화를 절대 금지하며 이런 사람이 다시 나오면 스타링크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온라인 통화를 시도해보려고 했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영화 다이하드2에서 화장실에서 사건을 생중계하다 브루스 윌리스에게 얻어맞은 기자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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