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고조 헌재 인근…숙박업체 "폭동위험 없나" 해외문의 쇄도

연합뉴스 2025-03-15 08:00:04

핫플레이스가 집회 메카로…'당일 관광 자제' 구청 권고에도 실효성은 미지수

'탄핵 각하!'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최윤선 기자 = 14일 오후 종로 안국역 앞 거리는 태극기를 든 군복 차림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셀카봉을 쥔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찰버스와바리케이드로 둘러싸인 좁은 인도에서 교차하며 묘한 대조를 이뤘다.

브라질 출신 나오(41)씨는 헌법재판소 정문 건너편에 '탄핵 각하'를 외치며 모인 시위 인파를 보고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고 묻더니 이내 "지나갈 수 없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제퍼슨(41)씨도 "호텔에서 안전에 유념하라고 알려줬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 이런 모습을 접할지는 몰랐다"고 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외국인도 여럿 보였다.

정반대로 '즉각 파면'을 외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도 모여들어 헌재 인근 안국역 일대는 종일 격한 외침으로 긴장감이 감돈다.

떠오르던 '핫플레이스'였던 종로구 북촌 일대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면서 풍경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선고일이 다가오며 무질서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점점 폭력·난동 가능성에 따른 긴장감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상황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은 그 정도가 더하다.

헌재 인근 탄핵 찬성집회

헌재 뒤편에 위치한 한 '한옥스테이' 업체는 외국인 투숙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부터 '그곳이 폭동 위험 지역 아니냐'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며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시위가 '폭력적이다',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인근의 다른 숙박업체 사장 A씨는 "한국 손님들도 무서워서 못 오겠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은 더욱 그렇다"며 "1∼2월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그 이후로 새로운 예약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다. 타격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업체 사장 B씨는 "선고가 나면 흥분한 사람들이 자칫 시설을 부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최근 북촌 등 헌재 일대 숙박업체들에 '투숙객들이 인근 관광을 자제할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는 공문과 문자를 보냈다. 탄핵심판 선고 당일은 안국역 등 일대 교통이 통제될 예정이니 우회로를 안내하고 안전에 유의하게 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이라 숙박업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국내 정국 상황에 밝지 않거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 선고 당일 자칫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관광하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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