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을 협상으로 유인하려 '핵보유국' 언급하는 듯"
"트럼프가 北과 나란히 언급한 印·파'에 누구도 비핵화 요구 안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공식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차 석좌는 이날 워싱턴DC의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저서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나는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는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핵 프로그램의 크기를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 관련 시설 등)을 포기시킬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준거의 틀은 비핵화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분석하면서 "평화협정의 일부로서, 트럼프는 북한이 (러시아를 위한) 지상군 파병을 중단하길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수도 있다"며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는 것은 북한을 협상으로 유인하기 위한 책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짚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다음 협상은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위협 감축 협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차 석좌는 분석했다.
또한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핵무기 개발이 공인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이외의 '비공인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언급한 것과 관련, "(미국에서) 누구도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 비핵화가 목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반열에 올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상 북한을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이자, 북한 비핵화를 현실적 목표로 삼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었다.
이런 가운데, 차 석좌는 트럼프 집권 2기에도 북미 정상외교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북미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트럼프 1기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때 북한은 제재 해제를 얻기 위해 북미정상회담이 절실했지만, 대러시아 무기 및 병력지원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및 '제재 약화'를 얻어내고 있는 지금, 북한은 북미대화에 대해 과거와 같은 절실함을 갖고 있지 않다고 차 석좌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매우 중요한 국가적 목표로 삼을 것이기에 대미 협상에 여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국제정치학자인 차 석좌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재직하며 북핵 6자회담 미측 차석대표를 맡는 등 학계에서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한반도 문제를 담당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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