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치, 폭력 사태 가능성 경고…친정부 언론도 유혈사태 거론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동유럽 발칸반도 세르비아에서 이번 주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세력 간 충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폭력 사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15일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린다. 주요 외신들은 세르비아 전역에서 최대 수십만명이 베오그라드로 집결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르비아에서는 지난해 11월1일 기차역 야외 지붕 붕괴 참사 이후 4개월 넘게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참사로 1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사지 절단 중상을 입으면서 세르비아 사회 전반에 걸쳐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확산했다.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는 평화적이었지만 이번 주말 시위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정권의 폭력 사태 유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여러 차례 대국민 연설을 통해 15일 시위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폭력을 일으킬 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학생들이 정부 전복을 원하는 외부 세력에 의해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폭력 사태 계획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며 "폭력 사태 발발 시 모든 범법자를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정부 성향의 주요 방송 채널들도 전날 시위대가 내전과 유혈 사태를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의 특별 방송을 내보냈다.
세르비아 야권에서는 부치치 정권이 사설 폭력 조직원을 동원해 15일 반정부 시위에서 폭력 사태를 고의로 유도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치치 지지자들이 최근 베오그라드에 집결해 맞불 시위를 준비하면서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축구 훌리건, 참전 용사, 기타 극우주의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AP는 전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이날 '폭탄 위협'을 이유로 전국 철도 운행을 이틀간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등 시위 참가 인원을 제한하기 위해 다양한 조처를 하고 있다.
이에 일부 시위 참가자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베오그라드로 향하고 있다.
EU는 세르비아 정부에 평화적인 시위 보장을 촉구했다.
EU 세르비아 대표부는 이날 성명에서 "집회의 자유는 반드시 보호돼야 하고 참가자와 공공기관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며 "폭력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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