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에 12년간 793조원…국방예산 사실상 무제한
예비총리 메르츠 "독일이 돌아왔다…적에게 분명한 메시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와 안보 강화에 쓸 천문학적 규모의 특별예산에 합의했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 녹색당은 14일(현지시간) 인프라·국방 특별예산을 수립하기 위한 기본법(헌법) 개정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 중인 CDU·CSU 연합과 SPD는 5천억유로(793조원)의 인프라 특별예산을 책정하고 국방비는 기본법상 부채한도에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둘 다 연방의회 재적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기본법 개정 사안이어서 녹색당의 찬성표를 받기 위해 협상했다.
세 정당은 인프라 예산 5천억유로를 2045년까지 12년간 쓰기로 했다. 이 가운데 1천억유로는 기후대응 사업과 경제구조를 기후친화적으로 바꾸는 데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녹색당은 전날 500억유로(79조원)를 기후예산으로 배정하겠다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국방비도 연간 정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하로 제한한 기본법의 예외를 적용받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정부의 정규 국방예산은 연간 500억유로 정도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정규예산과 별개로 투입한 특별예산 1천억유로는 2027년 소진된다.
새로 편성되는 국방 특별예산에는 연방군 군비 증강, 우크라이나처럼 '국제법에 반해 침략받은 국가' 지원뿐 아니라 IT 보안과 정보기관 지원, 재난 대응 등 넓은 의미의 안보 예산이 포함된다.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오는 18일 연방의회 본회의에서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돌아왔다"며 "파트너와 친구뿐 아니라 반대자, 자유의 적에게도 우리가 스스로 방어할 준비를 갖췄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예산 5천억유로는 연방정부 지난해 예산 4천657억유로(739조원)를 넘는다. 지난 4일 천문학적 규모의 돈풀기 계획이 발표되자 독일 국채 금리와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에 파장이 일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각국이 국방비 증액에 나서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독일 경제매체 플라토브리프 인터뷰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다시 올려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와 유럽 재무장, 독일 부채 규정 완화 등 중요한 결정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뛸 위험이 커졌다"며 "그 경우 아마 통화정책은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를 여섯 번 내렸고 지금 나타나는 새로운 상황의 결과가 불분명하다"며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금리를 내리지 않고 여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홀츠만 총재는 이달 6일 ECB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권하며 금리인하에 유일하게 반대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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