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3시즌 연속 명성황후·고종 역…김소현은 16일 200번째 무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남편과 함께 명성황후와 고종 역할로 무대에서 만나니 더 가깝게 실제처럼 느껴져요. 명성황후가 죽고 고종이 세자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너무 현실처럼 느껴져서 오열했어요." (김소현)
"저는 아내와 함께 호흡을 맞추니 굉장히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장 내 편인 사람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거잖아요." (손준호)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기념 공연에서 '명성황후'와 '고종'으로 출연 중인 김소현(50)·손준호(42) 부부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함께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명성황후'는 구한말 일본의 침략으로 위태로워진 나라의 명운을 둘러싼 조선 왕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문열 소설가의 희곡 '여우사냥'이 원작이다. 1995년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공연했고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월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30주년 기념공연은 이달 30일까지 이어진다.
김소현·손준호 부부는 2018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까지 세 시즌 연속 명성황후와 고종 역으로 동반 출연 중이다.
올해로 결혼 15년 차인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아낌없이 칭찬하며 끈끈한 부부애와 동료애를 과시했다.
손준호는 "아내는 뮤지컬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덕분에 저도 전보다 뮤지컬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뮤지컬에 대한 배우자의 열정을 자랑했다. 이에 김소현도 "저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뭇가지인데 남편은 흔들림 없는 나무 같다"며 "남편의 강한 정신력을 배우고 싶다"고 화답했다.
부부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서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김소현은 "남편이 저보다 10년 늦게 데뷔했는데도 저한테 많은 조언을 해준다"며 "직설적인 코치를 많이 받는데 연기에 많은 도움이 돼 너무 좋다"고 밝혔다.
특히 명성황후에선 실제와 같이 부부 역할로 출연하는 만큼 최상의 연기 호흡을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손준호는 "'명성황후와 고종의 부부 생활은 실제로 어땠을까'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면서 "실제 부부의 현실을 무대에 녹여보자는 아이디어도 나누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지만,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명성황후 연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소현은 "논란이 있는 인물이지만 자기 아들이 물려받을 나라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누구보다도 이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준호도 "'고종이 당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20주년 공연 때 처음 명성황후 역을 맡은 김소현은 오는 16일 공연에서 '200번째 명성황후 무대'라는 대기록을 쌓는다. 김소현은 "매 공연을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면서 "아들이 그동안 엄마가 죽는 모습을 보기 싫다고 공연에 오지 않았는데, 이번 200회 공연에는 친구와 함께 보러 오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성황후가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오랫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작품이) 롱런하는 거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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