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위스키 50% 관세…트럼프는 "EU 와인 등에 200%"
"미국·유럽 주류업계 '패닉'"
日맥주·멕시코 데킬라도 '십자포화' 속으로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유탄'을 맞은 미국과 유럽 주류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샴페인부터 버번위스키에 이르기까지 술이 글로벌 무역전쟁의 최전선에 놓이게 됐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프랑스 와인, 아일랜드 위스키, (미국) 켄터키 버번위스키, 일본 맥주, 멕시코 데킬라가 미국과 무역 상대국 사이에서 십자포화 속으로 던져지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한 맞대응으로 미국산 위스키 등에 대해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 관세가 즉각 폐지되지 않으면 미국은 곧바로 프랑스와 다른 EU 국가에서 나온 모든 와인·샴페인·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https://www.yna.co.kr/view/AKR20250313166852071]를 부과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WSJ은 이러한 사태 전개가 대서양 양쪽(미국과 유럽)에서 '패닉'(panic)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와인은 50억 달러(약 7조3천억원)어치가 넘는다. 그중 약 절반은 프랑스산 와인이고 약 40%는 이탈리아산 와인이다.
이탈리아 와인 대부 람베르토 프레스코발디는 200% 관세가 부과되면 시중의 많은 와인을 미국의 많은 와인 애호가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격대인 20달러(약 2만9천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그 가격대 이상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눈앞에 다가온 폭탄 관세에 미국 주류업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일부 주류업체가 다음 달 1일 EU의 관세 발효를 앞두고 타격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물량을 EU 시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주류업체 코발 측은 "우리가 유럽 시장에 계속 남고 싶다는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해외 유통사들과 협력해왔다"면서 "(관세) 폭풍을 견디기 위해 더 많은 제품을 (EU 시장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케네스 셰이 애널리스트는 잭다니엘 위스키 제조사인 브라운-포맨의 경우 순 매출에서 EU 시장 비중이 20% 정도인 만큼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운-포맨은 미국과 EU가 관세 발효 전 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면서도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주류업계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관세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리서치업체 IWSR 자료를 보면 당시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주류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그 여파로 2021년 미국산 주류의 EU 수출은 2018년 대비 20% 급감했다.
당시 브라운-포맨은 관세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관세 비용을 떠안았다가 연간 8천만 달러(약 1천164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면서 실적 압박을 받았다.
중소 주류업체인 브루브라더스 측은 "50% 관세 부과 시 애초에 (시장 경쟁) 가능성이 거의 없다. EU 시장에서의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은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EU산 와인을 유통하는 미국 수입업자들도 관세 여파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와인무역협회에 따르면 EU산 와인을 수입·유통하는 미국 업체는 4천곳에 이른다.
와인 수입업체 볼러와인 관계자는 우선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겠지만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관세가 장기화하면 직원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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