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즘 속 탄생한 포르쉐 첫 전기 SUV…스포츠카 정체성은 그대로

연합뉴스 2025-03-14 00:00:12

부드러우면서 날카로운 외관…곡선 주로서 돋보인 주행 성능

마칸 일렉트릭일렉트릭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마칸 일렉트릭'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파도를 헤치고 한국에 상륙했다.

마칸 일렉트릭은 2019년 타이칸에 이어 포르쉐가 두 번째로 내놓은 순수 전기차다.

최근 많은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고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포르쉐 전동화 전략의 현 위치와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볼 수도 있다.

작년 10월 루츠 메슈케 포르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럽 산업이 전기화에 일방적으로 집중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전동화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칸은 2014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80만대 이상 팔린 인기 차종이어서 이번 전동화 모델에 자동차 마니아들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만난 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 특유의 유선형 바다리안이 강조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칸 일렉트릭

날카롭게 다듬어진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실루엣은 앞뒤 좌우 어느 쪽에서 자연스레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밀폐형 하부 커버를 비롯해 에어 인테이크(공기 흡입구)의 액티브 쿨링 플랩, 어댑티브 리어 스포일러(뒷날개) 등은 공기 흐름을 최적화해 공기저항계수를 0.25로 낮췄다.

차체는 전장 4천784㎜, 전폭 1천938㎜, 축간거리 2천893㎜다. 축간거리는 이전보다 86㎜ 늘어난 수준으로 22인치 휠도 장착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가 돋보였다.

12.6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최대 세 개의 스크린이 탑재됐고 조수석 전용 10.9인치 디스플레이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주행 방향으로 화살표를 띄우는 등 재미 요소를 더했다. 화면이 적당히 먼 곳에 있어 시선 이동도 편했다.

실내 온도 조절 장치는 아날로그 스위치 형태로 유지됐고 주행모드 조작 스위치도 운전대에 물리적인 형태로 달렸다.

2열 시트 위치는 최대 15㎜ 내려갔는데, 좁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유로운 느낌도 아니었다.

마칸 일렉트릭 내부

시승은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출발해 경기도 양평을 거쳐 강원도 춘천을 찍고 돌아오는 총 300여㎞의 일정이었다.

춘천에서 반환점을 돌기 전까지는 마칸 4S, 그 후에는 마칸 터보의 운전대를 잡았다.

마칸 4S는 최고출력 448마력, 최대토크 83.6㎏·m을 발휘하고 마칸 터보는 584마력, 115.2㎏·m을 낸다. 최고 속도는 각각 시속 240㎞, 260㎞다.

스포츠카 운전 기법인 런치 컨트롤 작동 시 마칸 4S는 516마력, 마칸 터보는 639마력까지 올라간다.

7시간여 함께한 마칸 일렉트릭은 승차감이나 정숙성보다는 주행 성능과 재미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인상을 줬다. 스포츠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은 셈이다.

특히 구불구불한 코스에서 마칸 일렉트릭의 매력이 두드러졌다. 급격한 경사와 커브가 계속되는 구간에서 웬만큼 속도를 내도 부담이 없었다.

마칸 일렉트릭

핸들링은 부드러웠고 가속·제동 반응력 역시 즉각적이었다. 민첩한 조향과 안정된 무게중심 덕분에 옆으로 쏠린다는 느낌이 적었다.

뒷바퀴 조향각을 최대 5도까지 조절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전면의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후면의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듯했다.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오프로드로 나뉘는 주행모드와 이질감 없는 배기 음향은 운전의 재미를 배가했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마칸 4S가 450㎞, 마칸 터보가 429㎞다. 전비는 마칸 4S는 4.1㎞/kWh, 마칸 터보가 4.0㎞/kWh다. 마칸 일렉트릭은 마칸, 마칸4를 포함해 총 4개 모델인데 기본 가격은 대략 1억∼1억4천만원이다.

마칸 일렉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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