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이 원로 조각가 임송자(85)의 개인전으로 올해 첫 전시를 시작했다.
작가는 여타 작가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서울대 조소과 졸업 이후 10여년간 교직 생활 등을 하며 홀어머니를 도와 생계를 꾸렸다. 동생들을 어느 정도 뒷바라지한 뒤 비로소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을 때가 되자 그는 중학교 때부터 꿈꿨던 해외 유학을 결심했다.
당시 미술학도들은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 유학이 일반적이었지만 임 작가는 이탈리아를 유학지로 택했다. 그중에서도 조각가들이 많이 가는 카라라 같은 곳이 아닌 로마를 선택했고 서양의 조각 전통을 공부했다.
초상 조각이 강한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그는 한결같이 인물 작업을 해왔다. 모델은 대부분 작가 주변의 인물들이다. 유학 시절에는 동료들의 얼굴을 작품에 담았고 조카들의 얼굴을 부조로 표현하기도 한다. 모두 작가의 삶 속에서 특별했던 사람들이다.
전시에는 유학 시절부터 이어오고 있는 '현대인'(동시대인. Contemporary) 연작을 비롯해 '내가 만난 사람'·'손' 연작, 가톨릭 성상 작품까지 인체를 소재로 한 환조와 부조 작품 20여점이 나왔다. 돌 작품 2점을 제외하고는 테라코타와 브론즈 작품이다. 깎아 만드는 조각이 아닌 흙을 붙여 형상을 만드는 소조 작업이다. 흙에 손길을 그대로 남겨 작품은 매끈하지 않고 터치가 살아있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작가는 흙이라는 재료로 일관되게 동시대인의 여러 모습을 발현했다"며 "조각가 임송자에게 일상의 만남은 삶의 의미를 살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수많은 만남 속에 특별히 기억하는 인물과 사건을 조형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3월 23일까지. 무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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