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휴대전화서 마약정황 발견되자 영장없이 증거 수집한 경찰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백하게 된 직접적 원인이 수사기관의 위법수집증거라면 이로 인한 법정 진술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징역 3년과 15만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따로 재판받은 B(50)씨 사건도 같은 날 파기환송 됐다.
A씨는 2023년 6월 마약 판매자가 서울의 한 아파트 전화단자함에 숨겨둔 합성대마 카트리지를 수거해 대전에서 B씨에게 건네준 혐의로, B씨는 마약류를 매수·투약한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은 우연히 드러났다. 그해 8월 B씨가 택시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했고, 택시 기사는 그 휴대전화를 습득해 대전의 한 파출소에 가져다줬다.
휴대전화를 살펴보던 경찰은 마약류 구매 정황이 의심되는 텔레그램 대화를 발견하고,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탐색해 이들의 마약류 범죄 증거를 수집했다.
두 사람은 범행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경찰이 영장 없이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복제·출력하고 이 과정에서 B씨에게 참여 기회도 보장하지 않아 위법수집증거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1·2심 모두 휴대전화 전자정보는 위법수집증거로 보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쟁점은 이들이 1심 법정에서 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1심과 달리 2심은 법정 자백에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법정 진술의 임의성(자발성)이 인정되므로 위법수집증거와의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고, 판례에 따라 예외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이들은 2심에서 각각 징역 3년, 추징금 15만원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법정 자백을 하게 된 직접적 원인이 위법수집증거이므로 자백의 증거능력도 부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휴대전화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수사가 진행되거나 기소되기 어려웠으므로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소사실과 관련해 수집한 증거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유일하고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다른 독립된 증거에 기인해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법정 진술을 했다고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해당 진술이 위법수집증거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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