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국내서 첫 리사이틀…"쇼팽과 스크랴빈 비교해 들어볼 기회"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일본의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26)에게는 '동양의 모차르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세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후지타는 2017년 스위스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 우승을 거쳐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에는 음반사 소니 클래식과 독점 계약을 맺은 일본 최초의 피아니스트가 됐다.
그는 모차르트의 '스페셜리스트'(특정 작곡가의 곡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로 인정받는다. 그가 데뷔 이후 첫 음반으로 선택한 음악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이다. 통상 화려한 대작을 선택하는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모차르트에 도전한 것이다.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은 "후지타 마오의 음악 세계는 모차르트와 완전한 조화를 이루며, 그의 투명한 음색은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고 평가했다.
후지타 마오가 다음 달 23일 국내에서 첫 리사이틀(독주회)을 연다. 2023년 체코 필하모닉과 드보르자크 음악을 협연한 이후 2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이번에는 스크랴빈의 24개 전주곡과 환상곡, 쇼팽의 24개 전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연주는 두 작곡가의 작품이 주는 음색, 화성, 곡의 전개 방식 등 다양한 측면을 비교해 들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후지타는 "1830년대에 작곡한 쇼팽과 1890년대에 작곡한 스크랴빈의 작품은 음악사적으로도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낭만주의 시대인 약 50∼60년 동안 사용하는 화성과 음악적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스크랴빈은 쇼팽을 존경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내한 리사이틀은 저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한국 아티스트들을 알고 있고 평소 그들이 정말 훌륭한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음악가들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어서 그들이 어떠한 문화 속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곳의 교육은 어땠는지도 항상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 내한 공연에서 "한국 관객이 굉장히 높은 집중력을 보이고 음 하나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으며, 동시에 매우 열정적이고 활발한 관객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라고도 덧붙였다.
후지타 마오는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 것과 관련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도 모차르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 많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고 있는데, 협주곡 공연을 할 때 제가 연주하는 곡의 50% 이상이 모차르트 협주곡인 것 같다"며 "매년 새로운 협주곡을 공부하고 도전할 수 있어 모차르트가 무려 27개의 다양한 협주곡을 남긴 점이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무대에서 모차르트 외에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들려줬다.
그는 "다음 시즌인 2026∼2027년에는 브람스, 멘델스존, 베토벤, 알반 베르크와 같은 오스트리아, 독일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아마 바그너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다음에는 프랑스 프로그램도 이어서 준비할 계획이 있는데, 드뷔시, 라벨, 프랑크 등의 작품들을 다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친형을 따라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후지타 마오는 연습이 싫어 피아노를 관둔 형과 달리 어렸을 때도, 지금도 피아노 연습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클래식 음악은 정말 깊고 넓은 문화라고 생각이 드는데, 하나를 배우면 또 다른 것이 저절로 연결돼 새롭게 배울 것이 생기는 기분이고 공부가 끝이 없다"며 "이게 이 예술의 가장 멋진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전히 본인을 위해, 작품의 작곡가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며 음악을 공부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즐긴다고 전했다.
"음악이 오직 제 성취를 위한 것, 제 정체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든 적이 있었는데, 이게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피아니스트로서의 목표를 말한다면, 미래에 만약 제 공연이 없는 날이 오더라도 저는 여전히 제 음악을 위해 계속해서 연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지금 생각하는 저의 미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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