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부터 해외원조 개시…한국카리타스, 98개국에 775억원 지원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한국 가톨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이 올해로 50년을 맞이한다.
1975년 천주교가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할 당시 한국은 도움을 받는 수혜국이었지만 50년이 지난 현재는 아시아에서 주도적으로 베푸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26일 재단법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하 한국카리타스)에 따르면 국제개발협력을 담당하는 한국 천주교의 공식 기구는 1975년 6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지학순(1921∼1993) 주교가 총재를 맡은 '인성회(仁成會)'가 처음이었다.
국제카리타스의 일원인 미국 가톨릭 구제회 등이 1970년대 한국에서 철수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한국카리타스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국내 가톨릭 주교들도 사업의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교회의 산하 조직으로 인성회를 설립했다.
당시 인성회는 외국 가톨릭교회의 한국 원조 사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인성회는 1991년 11월 사회복지위원회로 개편됐으며 1992년 10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기총회 결정에 따라 다음 해부터 1월 마지막 일요일에 전국 성당에서 모은 특별 헌금의 일종인 '2차 헌금'을 해외 원조에 사용하기로 한다.
그간 타국 가톨릭의 도움을 받아오던 한국 가톨릭이 마침내 공식 원조에 나선 것이다. 2010년 12월에 외교부에 재단법인으로 등록하면서 현재의 한국카리타스가 만들어진다.
한국 천주교가 해외 원조를 시작한 첫해인 1993년에는 외국에 보낸 지원금이 10억원 남짓이었고 수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해외 원조금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규모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한국카리타스를 설립한 2010년에 2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에는 48억여원을 원조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원조 규모가 24억원으로 줄어들기도 했으나 2021년에 40억원대를 회복했고 2022∼2024년에는 매년 46억원 안팎을 유지했다.
한국 천주교는 1993년부터 작년까지 98개국을 대상으로 1천294개 사업을 벌여 775억원을 지원했다.
작년에 한국카리타스의 해외원조 내용을 살펴보면 스리랑카에 대한 개발 협력 사업이 눈에 띈다. 취약계층 아동 영양 지원과 전쟁 피해 빈곤 아동 교육 지원에 각각 2억1천만원 안팎을 투입했다.
570원이면 스리랑카 아동 1명에게 한 끼 급식이 가능하고 8천원이면 빈곤 가정 한 가구에 하루치 아동 영양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신혜영 한국카리타스 국제협력팀장은 "국제카리타스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하는 긴급구호 사업 분야에서 한국카리타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3번째 해외원조주일인 26일 전국 성당에서 모인 특별 헌금은 올해도 한국카리타스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 전달된다.
한국카리타스 이사장 조규만 주교는 올해 해외원조주일 담화에서 "전쟁 후 외국의 도움으로 굶주림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우리가 이제 다른 어려운 나라 사람들을 도와줄 차례"라며 신자들에게 동참을 권했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