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스트리트 댄스의 즐거움' 21세 부산 춤꾼

연합뉴스 2025-01-26 08:00:07

고3 때 춤 경연 방송 통해 이름 알려, 부산서 실력 다지며 꿈꿔

에이치 크루와 함께 무대 장악…'유연함 속 묵직함' 춤 지향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인터뷰하는 송지현씨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댄스 크루 '에이치'의 리더인 송지현(21)씨가 지난 20일 미국 힙합 가수 찰리 보이의 'I LOOK GOOD'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인터뷰용 사진 촬영을 위해 즉석에서 부탁하자 휴대전화로 음원을 켜 곧바로 안무를 선보였다.

넓은 연습실에 비해 한참 부족한 음량이었지만, 송씨가 안무를 시작하자 곧바로 그의 몸짓에만 시선이 가며 분위기가 집중됐다.

송씨는 2021년 겨울 엠넷(MNET)에서 주최한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스걸파)'에 출전하며 인기를 얻었다.

부산 금정여고 3학년 재학 중 방송 댄스 학원에서 만난 또래 4명과 '에이치' 크루를 결성해 강렬한 춤사위를 선보이면서 심사위원의 감탄사을 끌어냈다.

에이치 크루는 당시 '올인'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 합격 판정을 받았다.

순한 강아지상에 파워풀한 반전 춤사위 때문에 '힙합강쥐(강아지)'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춤추는 송지현씨

송씨는 "크루 명칭인 '에이치(H)'는 하이틴(청소년)이라는 뜻이 담겨 있고, 기침을 하는 것처럼 구호를 재미있게 말 할 수 있어 정하게 됐다"면서 "방송 이후 아직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송씨는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을 통해서 처음으로 춤과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는 "옆에서 다 잘한다고 해주니까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한번 해보려고 했다"면서 "중학교 때부터 전문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에 진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힘 있고 강한 안무에 자신감을 보인다.

하루 3시간 이상 연습하고 노력하지만, 춤을 출 때는 잘 춰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며 춤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춤을 추다 보면 별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재미있다"면서 "저는 자존감을 좀 올려서 '내가 제일 잘한다'는 느낌으로 춤을 추는데 관객들이 호응해주면 더 즐겁게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대는 그를 긴장하게도 하지만 크루와 함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송씨는 "방송 이후 멤버가 일부 바뀌며 현재는 장지현, 김수민, 강소연, 박시현, 강민주 6명이 함께하고 있다"면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떨리면 순간적으로 안무가 기억나지 않는데, 서로 연습한 대로만 하자고 다독이다 보면 어느새 표정부터 달라지며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크루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에이치 크루 모습

에이치 크루는 성인이 된 이후 2023년 부산댄스페스티벌에 나가 2위를 하며 실력을 다시 입증했다. 올해는 크루들과 좀 더 큰 무대에 지속해 도전하며 수상을 노릴 예정이다.

송씨는 미국의 댄서인 '제이블레이즈'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

송씨는 "제이블레이즈는 미국 유명 크루에 속해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 뒤에서 춤을 추며, 아지트를 만들어 친구들과 춤 자체를 즐기는데, 그 모습이 제가 그리는 삶과 닮아있다"면서 "저도 빅뱅의 태양과 같은 가수들 뒤에서 춤을 추고, 크루들과 함께 춤을 즐기는 모습을 생각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연하면서도 묵직한' 춤을 추고 싶다고 말한다.

"춤 선과 몸태에서 나오는 유연함 속에 무거움과 타격감이 있는, 여유롭고 노래에 맞는 춤을 추고 싶다"면서 "저는 아직 성장하고 있다"고 송씨는 밝혔다.

에이치 크루 모습

송씨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발을 들였지만, 여전히 부산에서 생활하고 지역에서 꿈을 키운다.

그는 "성공에 급급하기보다 성장의 단계라고 생각하고 실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크루들과 함께 미국에 다녀오면서 유명 댄서의 팝업 강의에 참여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서울에도 공연하러 가고, 저희 춤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내려오기도 한다"면서 "실력을 계속 쌓아 올리고 훈련하는데 지역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