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실상 조기대선 모드…성장론 기치·文예방 통합행보

연합뉴스 2025-01-26 07:00:03

중도·보수층 겨냥한 '우클릭'…지도자 면모·미래 비전 제시 의도

강경 일변도 정국 대응 비판 속 지지율 정체·비명계 반발 대처는 숙제

시민들과 설 귀성 인사 나누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조기 대선 시나리오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행보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실상 대선 모드로 전환,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구상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이다. 진보 진영의 전통적 가치인 분배 대신 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우클릭' 기조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성장 발전이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며 '민간 주도·정부 지원' 시대로의 전환, 주식시장 선진화·활성화, 신성장 동력 창출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이념·진영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워 중도층과 일부 보수 성향의 표심까지 아우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이제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질문에 답변하는 이재명 대표

이런 전략을 택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보수 진영의 대형 악재 속에서도 확실하게 여당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탄핵 직후 큰 차이로 벌어졌던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최근에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난다.

보수 진영 결집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의 잇단 탄핵 등 강경 일변도의 정국 대응도 영향을 미쳤다.

불확실성 심화 우려에도 당 일각에서는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질수록 이 대표는 진영 간 대결 양상에 갇혀서 대권 주자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 채 고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 비명(비이재명)계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도 이 대표의 조기 대선 모드 가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은 최근 당의 '일극 체제'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위기를 극복할 수권정당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당에 쓴소리를 했다.

잠잠하던 비명계가 본격적으로 친명(친이재명)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표에게는 당의 통합도 숙제가 됐다.

이 때문에 오는 30일 신년 인사차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는 이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된다.

친명계는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만으로도 '통합 메시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김 전 지사 등이 대권 주자로 점쳐지는 만큼 문 전 대통령은 당내 상황을 언급하기보다 '민주주의 위기'와 같은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