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국방부 등 정부 감사관 17명 한꺼번에…연방법 위반 논란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 연방 정부 기관의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감사관들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 감사관 17명을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국방부, 교통부 등의 연방정부 부처 감사관들이 백악관으로부터 이메일로 즉각 해임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받은 감사관을 해임하려면 3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해야 하는데, 이런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감사관들에 대한 무더기 인사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 기관장을 교체한 데 이어 주요 보직을 충성파로 채우려는 고위직 물갈이의 마무리 수순으로 보인다.
정부 기관의 활동을 감시하고 조사하는 역할을 맡는 연방 감사관은 해당 기관 소속이지만, 법적으로 독립성을 인정받는다.
해당 기관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위해선 상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때도 5명의 감사관을 해임하는 등 감사관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당시 정보기관 감찰관이었던 마이클 앳킨슨의 해임이다.
앳킨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사당국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에 대한 수사에 협력할 때까지 원조를 보류시켰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의회에 보고한 인물이다.
앳킨슨의 보고를 받은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고,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앳킨슨을 해임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 물자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낸 보건복지부 감찰관 크리스티 그림도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감찰보고서에 대해 '가짜 서류'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관의 독립성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 의원은 "감사관들은 정부의 낭비와 부정을 근절하고 비위를 방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해제하고, 부패의 길을 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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