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캄보디아 정부가 크메르 루주 공산주의 정권(1975∼1979)의 대학살을 부정하는 행위를 법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AP·AFP 통신과 현지 매체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훈 마네트 총리가 주재하는 내각은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
법안에 따르면 크메르 루주 집권 당시 자행된 학살 등 비인도적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미화하는 행위를 하면 징역 1∼5년, 벌금 1천만∼5천만 리엘(약 355만∼1천780만원)에 처할 수 있다.
이 법안은 또 크메르 루주 시절 저질러진 모든 반인도적 잔혹 범죄에 대한 기록을 만들도록 규정했다.
내각은 이 법안이 대학살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고 크메르 루주 희생자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이 하원의회 125석 중 120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 법안은 앞으로 의회를 통과해 제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법안은 1975년 4월 캄보디아를 차지한 크메르 루주 정권 집권 50주년을 앞두고 훈 센(73) 전 총리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1979년 크메르 루주를 몰아내고 38년간 장기 집권한 그는 지난해 5월 일부 정치인이 여전히 크메르 루주의 대량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독재자 폴 포트(1925∼1998)가 이끈 크메르 루주 정권은 1975년 친미 성향의 론 놀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했다. 이들은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겠다며 무수한 주민에 대해 학살, 고문 등을 자행했다.
크메르 루주 정권하에서 처형, 고문, 기아, 강제노동 등으로 당시 캄보디아 전 인구의 무려 약 4분의 1인 170만∼22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1984년 영화 '킬링 필드'로 이런 참상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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