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나토에 집중" 요구…피초 총리 "외국 반러 세력이 정부 전복 기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슬로바키아에서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는 로베르트 피초 총리에 대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열렸다고 로이터,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24일(현지시간) 저녁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는 6만여명이 피초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현지 언론은 슬로바키아 전역 20∼30개 도시에서 최소 10만명이 피초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으로 추산했다.
시위대는 "피초는 그만", "슬로바키아는 유럽" 등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의 마리안 쿨리치는 "슬로바키아는 유럽에 속한다. 우리는 러시아와 협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쿨리치는 "정부가 러시아로 향하는 정책 방향을 바꾸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집중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시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브라티슬라바는 모스크바가 아니다. 슬로바키아는 유럽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시위대를 지지했다.
좌파 민족주의 성향 사회민주당을 이끄는 피초 총리는 2023년 총선 승리로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고 러시아 제재 연장을 반대하는 등 다른 EU·나토 회원국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책을 펼쳤다.
특히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등 친러시아 행보로 서방에서 우려와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달부터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중단한 우크라이나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피초 총리는 평화로운 시위를 방해하지 않겠다면서도 반대 세력이 슬로바키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23일 "정부는 슬로바키아의 EU와 나토 회원국 지위를 의심받게 하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보기관을 인용해 2014년 우크라이나와 지난해 조지아에서 친러 반대 시위를 지원한 전문가 단체가 현재 슬로바키아에 있다면서 이들이 현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정부 청사 점거를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피초 총리는 25일에도 "모든 슬로바키아인들은 원하는 만큼 항의할 수 있지만 해외 자금 지원을 받는 반대자들과 비정부기구, 언론, 높은 보수를 받는 외국인 지도자에게 설득당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그런 계획이 없으며 피초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평화롭게 내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반박했다.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