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가자지구 광장 특설무대서 대대적 '환송행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 4명이 개전 477일 만인 25일(현지시간) 추가로 석방됐다. 이스라엘도 이날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200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하마스는 이날 오전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의 팔레스타인광장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리리 알바그(19), 카리나 아리에브(20), 다니엘라 길보아(20), 나마 레비(20) 등 인질 4명을 이스라엘군에 인계했다.
석방된 4명은 모두 이스라엘 여군으로,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 당시 국경에서 수백m 떨어진 나할오즈 초소에서 경계근무 중 납치됐다.
이들은 적십자 차량에 타기 직전 군중 수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마스가 마련한 무대에 올라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우고 손을 흔들었다. 다른 손에는 하마스의 선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가방을 들었다.
하마스는 지난 19일 1차 석방 때와 달리 소총으로 무장한 복면 대원들을 가자시티 광장에 투입해 질서를 유지하고 적십자와 '석방 증명서' 서명식을 하는 등 선전에 열을 올렸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는 살인적 테러 조직이다. 몇 시간 동안 냉소적 행사를 조직해 잔인함을 입증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인질들을 넘겨받은 뒤 자국 교도소에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200명을 차례로 석방했다. 석방 명단에는 2002년 미국인 5명을 포함해 9명이 사망한 예루살렘 히브리대 폭탄테러범 모하마드 오데(52)와 와엘 카심(54)이 포함됐다. 200명 가운데 120명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살인 또는 살상무기 제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70명은 가자지구나 요르단강 서안 거주가 허용되지 않고 이집트를 거쳐 외국으로 추방된다.
지난 19일 인질 명단을 늦게 준다며 휴전 발효를 2시간45분 늦춘 이스라엘은 이날도 하마스가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여성 인질을 먼저 풀어준다는 합의를 위반했다며 하마스에 아르벨 예후드(29)를 빨리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민간인 여성 예후드는 하마스와 연대하는 무장조직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예후드를 석방할 때까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은 예후드가 살아있으며 내달 1일 석방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수감자 석방은 지난 19일 휴전 발효 이후 두 번째다. 양측은 휴전 당일 이스라엘 인질 3명과 수감자 90명을 교환했다.
양측은 6주간의 휴전 1단계 기간 토요일마다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면 이스라엘 인질은 이 기간 33명,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1천904명이 석방된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직전까지 가자지구에 인질 94명이 남아있고 이 가운데 34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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