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를 사랑한 옛사람들의 이야기…'한잔 술에 담긴 조선'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영원히 정의의 편에 = 홍윤오 지음.
박정희 정권 시절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의 변호인으로 나섰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한 국내 1세대 인권변호사 고(故) 강신옥(1936∼2021)이 생전에 들려준 이야기를 그의 사위인 저자가 책으로 엮었다.
책은 고인이 마구잡이 법관 인사에 반발해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지 1년 3개월 만에 사직서를 던지고 미국 유학을 떠난 과정이나 귀국 후 김지하 시인을 비롯해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11명의 변호를 맡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강 변호사는 민청학련 사건 재판이 애초에 법조문이나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지금, 이 법정은 과연 정의롭냐", "지금 이 시대는 과연 정의롭냐"고 강경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행한 변론이 문제가 되어 중앙정보부에 영장도 없이 끌려가 몽둥이세례를 당하고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다. 1심에서 징역 10년과 자격 정지 10년이 선고됐고 항소는 기각당한다. 강 변호사는 대법원의 파기 환송을 거쳐 1988년 3월에서야 무죄 판결을 받는다.
강 변호사는 10·26 사건 이후 김수환 추기경 측의 권유로 김재규(1926∼1980)를 변호하기도 했다.
도서출판 새빛. 324쪽.
▲ 한잔 술에 담긴 조선 = 이한 지음.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마신 전통주와 유명한 인물들의 술에 얽힌 이야기를 엮었다.
책은 국화주, 포도주, 이화주, 막걸리, 홍로주, 부의주, 소주, 삼해주, 방문주 등 다양한 전통주 제조 방법과 이들 술을 즐겨 마신 인물을 소개한다.
현대 한국에서 가장 서민적인 술의 하나인 소주는 조선시대에는 귀한 술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태조 이성계의 장남인 진안군 이방우는 소주를 많이 마시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정도로 소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이방우가 당대의 '금수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책은 풀이한다.
정조는 위가 좋지 않아서 술을 잘 마시지는 못했는데 대신 신하들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정조가 주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억지로 먹은 인물 중 한명은 정약용이었는데 그가 남긴 '부용정 노래'에 정조가 주도한 술판 분위기가 잘 묘사돼 있다고 한다.
"술 못 마신다고 사양했지만 억지로 다 마시게 해서 / 예절도 생략하고 술과 안주 차려서 주니 / 석 잔 마시고 토하고 엎어졌고 / 동료들은 비웃고 임금께서는 웃으셨다."
청아출판사. 312쪽.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