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폴란드인'·대표작 '추락' 개정판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현대 작가 중에서 그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작가가 있었나 싶을 정도."(왕은철 번역가 겸 문학평론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소설가 존 맥스웰 쿳시(85)의 최신작 '폴란드인'(말하는나무)과 대표작 '추락'(문학동네)의 한국어 번역본 개정판이 최근 연달아 출간됐다.
쿳시는 부커상을 최초로 두 차례 받고 2003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등 현재 영어권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꼽힌다.
'폴란드인'은 음악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스페인의 40대 여성 베아트리스와 70대 폴란드인 피아니스트 비톨트의 이야기다.
베아트리스가 임원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음악 서클이 음악회에 비톨트를 연주자로 초대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두 사람은 음악회가 끝난 뒤 의례적인 저녁 식사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이후 비톨트는 베아트리스의 주변을 맴돌며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베아트리스는 비톨트에게 별다른 호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비톨트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 보이려 모국어인 폴란드어로 시를 써서 보낸다.
이 소설은 베아트리스의 관점에서 서술돼 독자는 비톨트의 감정 표현을 베아트리스의 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힌 나이 든 피아니스트가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한지 생각해보게 한다.
'추락'은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직후 중년의 백인 교수 루리가 제자와의 추문에 휘말려 대학에서 퇴직하고 딸 루시의 시골 농장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루리는 루시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차츰 전원 생활에 적응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흑인 괴한 세 명이 찾아와 루시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해가면서 평화는 산산조각 난다.
범인들이 루시의 이웃이자 동업자인 흑인 남성과 한패라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루리를 제외한 모두가 이런 사실을 외면한다. 심지어 루시마저도 이런 상황을 감내하고 받아들인다.
이 소설에는 당시 남아공의 정치 상황에 대한 작가의 회의적인 인식이 드러나 있다.
넬슨 만델라(1918∼2013)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용서하되 잊진 않는다"는 원칙으로 흑인 인권 침해 책임자들을 대거 사면해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고 평화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추락'은 만델라 정부의 조치가 인종차별에 책임이 있는 이들의 진심 어린 참회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으며 백인들을 향한 흑인들의 원한과 증오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환기한다.
이 책은 쿳시에게 1999년 부커상을 안겨줬다. 이미 1983년 '마이클 K'로 부커상을 받았던 쿳시는 한 작가에게 두 번 상을 주지 않던 부커상의 관례를 깨고 최초의 2회 수상자가 됐다.
두 작품 번역은 모두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왕은철 번역가가 맡았다. 그는 1998년 남아공 케이프타운대학교 교수였던 쿳시를 인터뷰했고, 이후 이 작가의 소설 대부분을 번역해 국내에선 쿳시 문학에 가장 정통한 번역가로 통한다.
▲ 폴란드인 = 240쪽.
▲ 추락 =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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