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과 재패니메이션의 만남…영화 '로히림의 전쟁'

연합뉴스 2025-01-25 09:00:12

'반지의 제왕' 시리즈 프리퀄…세계관 공유하나 영상미 괴리감

영화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속 한 장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금세기 최고의 판타지 영화'.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판타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영국 판타지 작가 J. R. R. 톨킨 소설의 광대한 세계를 극장 스크린에 옮겨놓은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양산했다. '반지의 제왕' 이전 이야기로서 호빗족 빌보 배긴스의 모험을 다룬 영화 '호빗' 3부작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이하 '로히림의 전쟁')은 빌보 배긴스가 절대 반지를 획득하기 20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호빗' 시리즈에서 빌보가 절대 반지를 만나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로히림의 전쟁'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다 훨씬 이전 시기를 다룬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인 셈이다. 제작진은 톨킨이 쓴 원작의 한쪽 분량을 발전시켰다.

영화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속 한 장면

영화는 하늘을 나는 대독수리와 '헤라'(가이아 와이즈 목소리 연기)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헤라는 로한의 공주로 무쇠주먹 '헬름'(브라이언 콕스)의 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웨스트마크의 영주 '프레카'가 자기 아들 '울프'(루스 파스콸리노)와 헤라의 결혼을 요구하다가 헬름과 결투를 벌이고 결국 죽게 된다. 이후 헬름을 향한 복수심에 휩싸인 울프와 이에 맞서 싸우는 로한 기마대(로히림)의 전쟁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다.

영화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속 한 장면

기존 '반지의 제왕' 팬들이라면 영화가 '반지의 제왕'과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이 반가울 듯하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에서 공성전의 장소가 되는 헬름 계곡을 비롯해 대독수리나 오크 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영화 막바지에 '반지의 제왕' 속 인물도 나온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연출한 피터 잭슨과 각본을 쓴 필리파 보엔스, 디자인을 맡은 제작사 웨타와 예술 감독 등이 이번 영화 제작에 참여해 세계관을 이었다. 제작진은 '반지의 제왕' 속 억양과 발음까지 비슷하게 설정해 세심히 신경 썼다.

영화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속 한 장면

그런데도 화면에서는 생경함이 느껴진다. 연출을 맡은 가미야마 겐지 감독의 색깔이 짙게 반영된 결과다. 겐지 감독은 '공각기동대'의 TV 시리즈를 연출하는 등 일본 애니메이션(재패니메이션)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반지의 제왕' 화면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해당 세계관을 재패니메이션으로 그린 데서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반지의 제왕'과는 별도의 '외전'으로 본다면 영화는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지점이 있다. 헬름이 울프의 병사들과 싸울 때 쏟아지는 눈, 헤라와 울프의 마지막 싸움을 그린 액션 등 겐지 감독의 연출력이 발휘된 장면은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

25일 개봉. 134분. 12세 이상 관람가.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