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전 전체 인구 38%인 33만명에서 현재 22만명으로 급감
대전 역세권 등 각종 개발사업 추진…인구 위기 대응 전략 마련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대전의 5개 자치구 가운데 중구와 함께 저출생 등으로 소멸위험 단계에 접어든 동구는 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으로 들어선 대전역과 동반 성장해 왔다.
대전역이 있고 경부·호남고속도로가 인접해 교통 요충지로 자리매김했던 동구는 대전의 관문이자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면서 1990년대 이전까지 교통·상업·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당시 동구와 그 주변에는 소규모 공장들이 많이 들어섰고, 대전역 인근은 지역 대표시장인 중앙시장과 함께 물류·상업의 중심지로 지역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66년 14만명이던 동구 인구는 20년이 채 안 된 시점인 1985년, 대전 전체 인구의 약 38%인 33만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 '엑스포 개최' 대전 인구 급증 속 동구는 '내리막길'
대전이 1989년 직할시가 돼 충남도에서 분리되고, 이를 기점으로 서구 둔산 택지지구 개발(1989∼1994년)이 시작되면서 동구의 성장세는 꺾인다.
대전엑스포(1993년) 개최, 대전광역시 승격(1995년), 정부대전청사 입주(1998년), 대전시청 이전(1999년) 등 지역 내 각종 개발 수요가 동구 등 원도심에서 둔산 등 서구·유성구로 옮겨가면서 지역 내 인구 유입·유출에 큰 변화가 생긴다.
대전시의 경우 충남과 충북 등 인근 시도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인구가 유입되면서 1992년 113만명이던 인구는 2002년 142만명으로 연평균 2.3% 증가했다.
반면 이 시기 동구는 31만명(1992년)에서 24만명(2002년)으로 연평균 2.5% 감소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서구·유성구로 인구가 유출된 것이다.
동구는 2013년 25만명으로 깜짝 증가했다가 2023년 22만명으로 다시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해 7월에는 21만5천여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의 경우 대전이 2020년 시작된 것에 비해 동구는 그보다 3년 빠른 2017년 발생했고, 이후 급격한 자연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인구감소가 지속하면서 2022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 '일자리·주거·돌봄교육·문화' 열악…동구 떠나는 주민들
동구는 저출생·고령화 가속화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와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화로 도시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인구는 일반적으로 출생과 사망에 따른 자연적 증감과 전입·전출 등 사회적 증감으로 변동하는데, 일자리·주거·돌봄교육·문화 등의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동구는 자연적 감소와 사회적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인구가 줄어든 지역적 특성을 띤다.
일자리 부족과 이에 따른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동구는 특히 산업단지가 부족해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전에서 현재 운영 중인 산업단지 12곳 가운데 9곳이 유성구에 있고, 동구는 1곳에 불과하다.
현재 조성 중인 8개 산업단지 가운데 5곳도 유성구에 위치하는 등 지역 내 동서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지역경제 침체와 일자리 부족을 불러와 결국 도시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구는 단독주택 비율이 23%로 대전시 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고,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 비율도 36%에 이른다.
열악한 보육·교육 환경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16∼19세 입시를 위한 사설학원과 독서실, 어학원이 서구(584개)·유성구(380개)에 밀집해 있어 교육열에 민감한 학부모가 자녀 입시 등을 위해 동구(127개)에서 서부지역 신도심으로 이주하고 있다.
◇ 활발한 재건축·재개발·도시재생…인구 유입 기대
소멸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구 유입에 사활을 건 동구는 노후·불량 건축물이 즐비한 옛 시가지를 재건축과 재개발,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 도심융합특구, 소제중앙공원, 신안2역사공원 등 대전역세권 재정비를 통해 낙후된 도심권의 개발 여건을 조성, 원도심권 활성화 및 지역 균형발전, 지역 활력화를 꾀한다.
대전역세권 핵심 사업인 복합2구역 재개발사업은 대전역세권 재정비촉진지구 내 소제동 291-2번지 일원(2만8천369㎡)에서 추진 중으로, 대전에서 가장 높은 최고 69층의 건축물이 들어서게 된다.
사업비 1조3천700억원을 투입해 공동주택 3개동(987세대)과 숙박(228실)·업무(1개동)·판매·근린생활·문화·집회시설 등 상업 복합시설을 2029년 완공할 방침이다.
주거환경개선사업 4개 구역(1만1천714세대)과 재건축사업 8개 구역(4천969세대), 재개발사업 9개 구역(1만4천329세대) 등을 추진하는 동구는 이를 통해 청년층 인구 유입과 출생아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판암나들목 일원 삼정지구가 산업단지 예정지로 확정됐다.
향후 바이오헬스 등 4차 산업 중심의 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산업구조 불균형 등 고질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문화 불모지이던 동구는 대청호 벚꽃축제, 동구동락 축제, 문화재 야행, 인쇄UP 아트 페스티벌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특색 있는 축제를 열어 생활인구를 불러 모을 계획이다.
◇ 인구정책 콘트롤타워 신설 등 조직개편…'동구 르네상스' 꿈꾼다
구는 최근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정책 콘트롤타워 임무를 수행할 미래세대국을 신설하는 등 행정 조직을 개편했다.
저출생 극복, 보육·교육, 청년, 가족, 노년기, 정주·생활 인구 등 6대 분야 30개 과제로 구성된 '올 라이프 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맞춤형 인구 위기 대응 전략도 발표했다.
미래세대국은 가족·영유아·청소년·청년·평생학습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저출산 인구 위기 대응 실무 추진 태스크포스(TF)와 범구민 민관협의체인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 구성·운영 등 동구 고유의 인구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생활밀착형 인구정책 발굴 등 중앙정부와는 다른 기초자치단체만의 인구 위기 해결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구는 차세대인재육성장학재단 기금을 활용한 국제 행사 참가 및 국제 홈스테이 교류 등 '글로벌 리더' 파견 사업, 맞벌이 가정 및 일하는 한부모 가정 자녀에 지원하는 '띵동! 아이든든 도시락' 사업 등도 추진한다.
육아종합지원센터, 북카페·문화공간, 건강생활지원센터, 주민 공유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세대통합어울림센터를 건립하고, 다양한 가족 유형에 맞는 통합적인 가족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통합가족센터가 상반기 개소를 앞두고 있다.
다만 기초자치단체로서 저출생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구문제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 등은 지자체에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출산지원금이나 부모 급여, 아동수당 등은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에 불과해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박희조 동구청장은 "인구문제는 중앙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실효성 있는 인구정책을 통해 인구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복지, 도시재생 등 구민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보다 세심하게 투자하며, 도시의 균형 발전과 혁신을 이뤄내겠다"며 "'구민과 함께, 미래를 여는 동구'를 만들기 위해,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동구 르네상스 시대 구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