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CU 시너지, 30년 낡은 협찬규제에 경종"

연합뉴스 2025-01-25 08:00:08

방송문화 "글로벌 OTT와 경쟁 위해 과감한 개혁 필요"

흑백요리사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의 CU 협찬으로 인한 광고 효과가 상당했다는 반응을 얻으면서 국내 낡은 협찬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방송문화'에 따르면 권병수 SBS[034120] 사업국장은 기고문 '협찬규제 완화의 필요성'에서 30년 지난 협찬과 광고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해야만 국내 방송사들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흑백요리사'의 흥행에는 편의점 브랜드 CU의 간접광고에 대한 관심도 한몫을 했다.

8화 패자부활전 배경이 된 편의점 설정의 대형 세트는 CU 점포를 그대로 재현했고, 셰프들은 CU에서 실제 판매되는 제품을 재료로 대결했다.

해당 회차 공개 후 연세우유 크림빵, 헤이루맛밤득템, 오리온[271560] 다이제, 이디야 토피넛 라떼 등 레시피 관련 CU 상품들의 매출이 30~40%가량 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권 국장은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되는 프로그램은 협찬과 간접광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타 방송사보다 협찬이나 간접광고가 넘치느냐,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흑백요리사' 역시 CU에 협찬을 제안하면서 협찬금이나 광고료를 요구하지 않고 현물 협찬으로 진행했다. 덕분에 CU 배경과 제품들은 프로그램 기획 방향에 적합한 내용으로만 활용될 수 있었다고 권 국장은 설명했다.

국내 방송법에는 협찬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다만 협찬의 고지 방법과 금지사항만 명시하고 있다. 협찬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으나 기업 협찬을 통한 광고효과는 부정하는 셈이다.

권 국장은 "방송법 규정이 만들어진 당시 상황과 매체 환경이 많이 달라진 현재 상황에서 광고 효과는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며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광고 효과를 금지하는 건지 방송사의 의도적 행위를 금지하는 건지 규제 대상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에서 협찬을 명목으로 편집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는 점과 상품 구매를 직접 장려하는 점을 금지하고 있고, 협찬의 광고효과에 대한 규제는 없다.

그러나 국내 방송광고 관련 규제는 시청자와 방송사업자, 광고주 간 있을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의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권 국장의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 유튜브 '뒷광고' 사건과 해결 과정만 보더라도 규제 당국보다 시민의 자정적 활동이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에 잘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권 국장은 "지상파가 경계를 허무는 많은 도전을 하고 시청자와 생태계에서 공정하게 선택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낡은 규제의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