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서 피살된 베네수엘라 반체제 인사의 배후에 마두로 정부"

연합뉴스 2025-01-25 03:00:09

현지 검찰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이 정적 제거 지시했다는 증언 확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장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칠레에 망명한 베네수엘라 반체제 인사의 피살 사건에 마두로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왔다.

정치적 이유로 피신한 사람들에 대한 위해에 민감한 칠레 정부는 경우에 따라 국제법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24일(현지시간)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와 라디오 방송 텔레13에 따르면 앙헬 발렌시아 칠레 검찰총장은 지난해 발생한 베네수엘라 전직 군인 로날드 오헤다 살인 사건과 관련, 보호 대상 증인으로부터 '베네수엘라 장관이 오헤다 살해를 지시하고 관련 자금을 지급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항해 반체제 활동을 하다 2017년 가족과 함께 칠레로 망명한 오헤다는 지난해 칠레 경찰로 위장한 4명에 의해 피랍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시신을 담은 여행 가방은 시멘트로 덮여 있었다고 칠레 경찰이 발표한 바 있다.

마두로 정부는 오헤다를 '조국의 반역자'로 간주하며 신병 확보에 나선 상태였다고 칠레 매체들은 전했다.

발렌시아 칠레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 배후로 지목된 베네수엘라의 장관은 디오스다도 카베요라고 밝혔다.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법무·평화부장관은 마두로 최측근이자 현 정부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국 정부는 마약 공급 및 테러 등 혐의로 카베요를 구금하기 위해 2천500만 달러(357억원 상당)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이는 같은 혐의 등을 받는 마두로 대통령과 같은 액수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일각에서는 오헤다 살인 사건에 국제적 갱단인 '트렌데아라과'도 관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칠레 관리들이 트렌데아라과 갱단원들의 개입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관련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트렌데아라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최근 '해외 테러 조직'(FTO)과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 명단에 올려놓은 악명 높은 갱단이다.

최근 마두로 대통령은 "트렌데아라과는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며 사회를 어지럽히는 도구"라고 힐난하며 트럼프 정부 결정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정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오헤다 유족과 함께 카베요 베네수엘라 장관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등 베네수엘라에 강하게 반발할 태세다.

칠레는 외국 반체제 인사를 표적으로 삼는 것에 대해 트라우마 같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한다.

이는 1970년대 아우구스토 피네체트 정권이 비슷한 '전략'으로 장악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1976년 미국 워싱턴DC에 망명해 있던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 핵심 인사 오를란도 레텔리에르 전 외교부 장관이 피노체트 측 요원에 의해 폭탄 테러로 사망한 사건이 그중 제일 잘 알려진 사례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