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 막은 러 가스관부터 재개"…제재 연장하려면 만장일치 필요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헝가리가 일주일 뒤 만료되는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제재 연장에 제동을 걸었다.
EU 소식통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대사급 상주대표회의 안건에 러시아 제재 연장안이 포함됐으나 헝가리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
헝가리 측은 우크라이나에 의한 '에너지 안보 문제'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이날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것과 같은 도움을 원한다면 (우크라이나가 막은) 러시아산 가스 운송부터 재개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뤼셀(EU)이 우크라이나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2022년 2월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 제재안을 잇달아 채택한 EU는 6개월마다 만장일치 합의를 통해 제재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제재 만료 시한은 오는 31일이다. EU는 27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다시 합의를 시도한다는 계획이지만 헝가리가 막판에 입장을 번복할지는 불분명하다.
러시아와 우호적인 헝가리는 공개적으로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면서도 연장 합의에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장 결정을 미뤄야 한다고 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에는 그의 취임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계산과 달리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가스 운송 중단 조처와 연계해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과 계약 종료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자국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송을 중단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이에 강력히 반발했으나 EU는 에너지 공급에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EU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가스 운송 중단으로 인한 안보, 에너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제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문제"라며 수일 내에 제재 연장이 확정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