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단장…美 박물관 소장 '호렵도' 특별공개
광활한 바다 위 매 그림 주목…새해맞이 그림·겨울 풍경 등 다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8세기 무렵 청나라 옷을 입고 변발한 사람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풍습이 크게 유행했다.
오랑캐가 사냥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라는 뜻의 '호렵도'(胡獵圖)다.
중국에서 전래한 '수렵도'(狩獵圖)가 변형된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당시 궁중 화원을 뽑을 때 자주 출제되는 주제였고, 왕실을 넘어 민간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가을 단풍 아래 호랑이, 사슴, 토끼 등을 사냥하는 장면을 담은 19세기 호렵도가 옛 모습을 찾고 관람객 앞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미국 클리블랜드박물관이 소장한 '호렵도'를 비롯해 총 26건을 새로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특별 공개하는 호렵도는 최근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유물이다.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병풍 형태로 돼 있으며, 주름 같은 긴 선을 겹쳐 산맥과 지형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채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물관은 보존 처리 과정에서 복숭아와 석류 등 다양한 무늬가 있는 비단을 쪽빛으로 염색해 병풍을 꾸민 흔적을 찾는 등 19세기 제작 당시의 원형을 밝힌 바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금니(金泥·아교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로 장식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라며 "정조(재위 1776∼1800)대 기마술을 강화하던 정책과도 관련 있어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화실에서는 조선 후기 문인 서화가인 강세황(1713∼1791)의 얼굴도 만날 수 있다.
1975년 보물로 지정된 '강세황 초상'은 강세황이 70세가 되던 해에 그린 자화상으로, 옥색 도포를 입은 평상복 차림에 관복에만 쓰는 오사모(烏紗帽)를 쓴 점이 눈에 띈다.
그림 위에는 '마음은 산림에 있으면서 조정에 이름이 올랐음을 알겠다'는 글귀가 적혀 있어 화가가 현실과 내면적 이상의 모순을 나타내려 한 점을 알 수 있다.
자화상 주변에는 강세황이 그린 '난죽도', '피금정도'도 전시돼 그의 화풍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옛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걸어두던 그림도 주목할 만하다.
연말이나 연초에 궁궐 안팎의 문과 창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한 세화(歲畵)는 주로 상서로운 주제를 다루는데 전시실에서는 호랑이, 신선, 매 등이 그려진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가는 먹선으로 털 한 올 한 올을 섬세하게 묘사한 '호랑이' 그림, 바다 위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암석 위에 앉은 매를 그린 정홍래(1720∼?)의 '해돋이 앞의 매' 등이 공개된다.
박물관 측은 "바다 위의 매를 그린 도상은 동아시아 전반에서 유행했으나, 해돋이 장면이 추가된 것은 조선만의 독창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1664년 한시각(1621∼1691 이후)이 그린 '칠보산전도', 김명국(1600∼1662 이후)의 '눈 속에 나귀 타고 떠나다'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조선시대 세화와 문인화, 실경산수화, 겨울 풍경과 사냥이라는 다채로운 주제를 한자리에 모았다"며 "조선시대 그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 4·5실 전시는 3월 23일까지, 서화 3실은 4월 6일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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