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쟁을 견뎌낸 사람들의 증언…'생존자들'

연합뉴스 2025-01-25 00:00:22

집념의 정치인 '윌버포스'·사서삼경으로 찾는 '사람의 향기'

생존자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 생존자들 = 이준호 지음.

2차 세계대전에서 죽음의 위기를 딛고 생존한 사람들의 이야기 15편을 담았다.

유대인 학살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아우슈비츠로 들어간 폴란드 장교부터 베를린을 점령한 소련 군인들의 성범죄를 고발한 무명의 독일 여성, 독일군에 포위돼 900일 동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레닌그라드 시민들까지 참혹한 전쟁의 불길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은 절망의 시간을 희망으로 버틴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프랑스 마르세유 외곽의 비밀 저택인 '빌라 에르벨'에 모인 반(反)나치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참혹한 현실에서도 창작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는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두 피해자는 아니었다. 책 후반부에는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며 살아남은 악인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리옹의 도살자'라 불렸던 나치 친위대 클라우스 바르비는 첩보 능력을 인정받아 전쟁 후 미국의 정보원으로 일하며 부와 권력을 누렸다.

또 일본의 A급 전범이었던 오카와 슈메이도 매독에 따른 정신장애를 진단받아 처벌을 피하고 자택에서 이슬람 연구가로 남은 인생을 살았다.

유월서가. 292쪽.

윌버포스

▲ 윌버포스 = 윤영휘 지음.

영국의 노예무역 폐지 운동을 이끌었던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의 정치적 생애와 사명을 담은 책이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윌버포스가 '노예무역 폐지'라는 거대한 사회적 난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국의 일개 하원의원이던 윌버포스가 기독교 신앙과 윤리적 신념을 바탕으로 노예무역 폐지라는 정치적 소명을 무려 20년간 끈질기게 수행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

저자는 윌버포스와 영국 복음주의 정치가들의 공동체인 '클래팜파'의 연대에 특히 주목한다. 클래팜파는 1807년 노예무역이 폐지될 때까지 윌버포스에게 가장 든든한 정치적 지원군이었다.

저자는 이들의 협력은 단순히 개인의 정치적 성공을 넘어 영국 사회 전반의 도덕적·윤리적 변화를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책은 윌버포스의 이야기를 현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로 확장한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불평등과 부조리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윌버포스의 용기와 인내, 공동체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홍성사. 444쪽.

사람의 향기

▲ 사람의 향기 = 조윤제 지음.

"사람의 품격은 꽃의 향기로 비유된다. 마치 꽃의 향기처럼 은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는 것이다."

유교 경전인 '사서삼경' 속에 담긴 통찰을 바탕으로 삶에서 균형을 찾고 품격을 기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바탕이 겉모습을 넘어서면 거칠어지고, 겉모습이 바탕을 넘어서면 형식적인 것이 된다'는 '논어'의 구절을 내세워 내면과 외면의 조화로운 다스림을 강조한다.

또 '멈출 줄 안 후에야 고요해질 수 있고, 고요해진 후에야 생각할 수 있다'는 '대학'의 가르침은 현대인에게 신중한 태도와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고 말한다.

책은 단순히 고전의 지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인간은 고난 속에서 '성장하고, 감정을 절제하며, 자신만의 향기를 남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노북스. 432쪽.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