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적자 낸 LG엔솔·삼성SDI…"운영 효율화로 불황 돌파"

연합뉴스 2025-01-25 00:00:15

고객 재고 조정 등 업황 둔화에 4분기 나란히 적자전환

"하반기 회복 예상"…투자는 신중·차세대 제품 출시는 가속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리튬인산철(LFP) 등 차세대 제품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불황을 뚫는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

24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천255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영업이익 3천382억원) 및 전 분기(영업이익 4천483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이 3천773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회사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볼트 EV' 리콜 이슈가 있었던 2021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SDI도 4분기에 2천5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동기(영업이익 2천953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AMPC 249억원이 포함된 수치로 삼성SDI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7년 1분기(-693억원) 이후 7년여 만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잇달아 고전하고 있는 것은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에 따른 고수익성 제품 출하 비중 감소, 고정비 부담 증가를 비롯한 일회성 비용 요인으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는 모두 하반기부터는 업황 회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도 지정학적, 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른 큰 변동성이 예상되나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성SDI도 "단기간 실적 회복이 쉽진 않으나 불확실성 회복과 고객 재고조정이 끝나면 올 하반기 정도엔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올해 전사 실적은 이번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 참가

전략 고객들의 신규 전기차(EV) 출시와 재고조정 마무리에 맞춰 공장 가동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수요가 견조한 ESS·LFP 등을 필두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캐파(생산능력)를 미국 애리조나에 신규 증설하는 대신 기존 사이트의 유휴 캐파를 우선 활용하고, LFP 배터리 현지 생산을 당초 계획이었던 2026년에서 2025년 상반기로 앞당겨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역시 "전기차 LFP 배터리의 경우 오는 2027년에 양산 프로젝트를 주요 고객과 협의 중"이라며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ESS 수요는 지속 성장이 예상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대비 20%의 캐파 증량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투자에는 다소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작년보다 올해 설비투자(캐펙스·CAPEX)를 20∼30% 축소 집행하기로 한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비 절감과 경제성 효율성 증대를 위해 신규 증설 대신 이미 구축된 사이트를 활용하고자 한다"며 "GM 합작법인(JV) 3기 매입을 통한 현지 수요 대응 검토 중이며, 다른 사이트들도 과잉 투자를 방지하고 안정적 가동률을 확보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SDI도 "거점별 사업에 따라 신규 라인 증설 비용 줄이거나 시기를 조절하는 등 투자를 효율화하는 작업 진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캐펙스는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burn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