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융완화 탈출 더 속도 낼까…1년 3번 금리 올려도 아직 0.5%

연합뉴스 2025-01-25 00:00:14

작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종료 후 잇따라 인상…2008년 10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

일본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 시사…전문가 "트럼프 경제정책이 중요 변수"

기자회견서 발언하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4일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올리면서 기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서 탈피하겠다는 방향성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대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빠진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통화 공급량을 늘린 정책이다.

대규모 금융완화는 2013년부터 10년간 일본은행을 이끈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가 주도했다.

구로다 전 총재에 이어 2023년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한동안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8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작년 7월에는 0∼0.1%였던 금리를 '0.25% 정도'로 추가 인상하며 이른바 '정상화' 흐름에 박차를 가했다.

이 결정 직후 일본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자 일본은행은 시장이 불안정하면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고, 작년 9월부터 연말까지 세 차례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유보했다.

다만 일본은행은 물가가 2%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오르고 경제 사정이 악화하지 않으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들어 일본 대기업들이 큰 폭의 임금 인상 방침을 속속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일본 금융시장이 요동치지 않으면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조건이 갖춰졌다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됐다.

금융시장 예측대로 일본은행이 이날 금리를 '0.5% 정도'로 올리면서 일본 기준금리는 2008년 10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는 '금리 있는 세계'로 발을 더 내디뎠다"며 금리 인상이 가계와 기업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는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금리 변경 후에도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가 지속돼 완화적 금융환경이 유지된다"며 "경제와 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그에 따라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 완화 정도를 조정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기존 입장을 재차 표명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탈출을 위해 금리를 올렸음에도 아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초저금리'이고 '제로 금리권'에 있다면서 "간신히 거기에서 벗어나는 스타트 라인에 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유럽과 미국이 2022∼2023년에 금리를 올렸을 때와 비교하면 전혀 빠르지 않다면서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옛 아베파 의원들이 아베노믹스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낸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경제가 안정되면 일본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 경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급속한 달러 약세가 나타나거나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오히려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일본 기준금리 추이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