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 앞 외국인 흉악범죄에 '불법체류자 추방론' 탄력

연합뉴스 2025-01-24 18:01:33

여론조사 선두 당 대표 "당선 첫날 이민자 입국 금지할 것"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CDU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내달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 최근 잇달아 이민자의 흉악범죄가 발생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불법체류자 추방론이 일고 있다.

정권 탈환을 꿈꾸는 야권이 정부의 이민 정책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23일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독일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자신이 총리가 된다면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유효한 서류 없는 이민자의 입국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체류 자격 없는 외국인 구금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빈 창고나 개조된 컨테이너 등을 적합한 사례로 들었다.

이어 범죄 행위로 경찰에 체포돼 떠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거부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구금하고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망명·이민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준국 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재이민'(reimigr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용어는 귀화자를 포함한 이민자들을 대량 추방하는 극우 용어로 알려져있다.

바이델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당장 재이민하라"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국경 폐쇄와 불법 이민자 송환을 다음 주 연방의회에서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발생 독일 공원 흉기난동 현장에서 희생자 추모하는 여성

지난 22일 독일 서부 아샤펜부르크 시내 한복판의 한 공원에서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2세 남아와 41세 남성이 사망하고 2세 여아와 61세 남성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2022년 11월 독일에 입국했는데, 지난달 망명 신청을 스스로 취소해 출국 명령을 받은 상태로 사실상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칼부림하는 등 최소 3차례 폭력 범죄로 체포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달 20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마켓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이민자가 차량을 몰고 돌진해 6명이 숨지는 등 외국인 흉악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만하임의 광장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반이슬람 운동가들을 공격하다가 진압에 나선 경찰관을 살해했다. 8월에는 졸링겐의 지역축제장에서 시리아 국적자가 흉기를 휘둘러 3명이 사망했다.

그간 이런 이민자 흉악범죄로 여러 차례 사법처리가 이뤄졌는데도 당국에서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아 비판이 쏟아졌다.

불법체류자 추방을 주장하는 메르츠 대표의 기독민주당은 현재 총선을 앞두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메르츠 대표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이 내달 23일 치러질 총선에서 30%의 득표율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WSJ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10년간 600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독일 사회에 통합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에서 태어난 주민은 독일에서 태어난 주민보다 실직할 확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외국인은 독일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하지만, 전체 범죄의 40% 이상을 저지른다는 통계도 있다.

독일 연방 정부는 연간 300억유로(44조9천억원)를 난민과 망명 신청자를 위한 복지에 지출하는데, 이는 독일 국방의 예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