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구-구" 갑자기 비둘기가 되어버렸어…'성북구 비둘기 이헌서'

연합뉴스 2025-01-24 17:00:13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계에서 이른바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설정이 유행하면서 온갖 종류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주인공이 재벌가 막냇손자로 환생하는가 하면 최악의 남편과 결혼하기 직전으로 회귀하기도 하고, 소설 속 등장인물에 빙의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서울 길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회색 비둘기에 빙의하는 이야기는 이제껏 없었다.

웹툰 '성북구 비둘기 이헌서'

웹툰 '성북구 비둘기 이헌서'는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24살 대학생 이헌서의 영혼이 동네 비둘기 몸뚱이에 들어가면서 생기는 일을 그렸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비둘기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항상 길고양이의 습격을 경계해야 하고, 먹이 경쟁도 치열하다. 위장이 짧아 뭔가를 먹었다 하면 곧장 배변하게 되는 상황도 인간이었던 헌서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다행히 헌서는 얕은 물과 수풀이 어우러진 성북천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고등학교 동창 반휘혈을 만나 '반려조(鳥)'가 된다.

대강의 의식주와 안전은 확보한 만큼 남은 과제는 인간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헌서는 휘혈에게 노트북으로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고, 부리로 땅에 글씨를 써가며 자신이 비둘기 몸에 갇혔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애를 쓴다.

웹툰 '성북구 비둘기 이헌서' 한 장면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꽤 빠르게 전개된다.

휘혈도, 헌서 부모님도 비둘기 속에 사람의 영혼이 깃들었다는 것을 생각보다 손쉽게 믿는다.

그리고 곧장 비둘기를 들고 용하다는 유학파 무당 로건 리를 찾아가 해결책을 찾아내려 한다.

여기에 청솔공원 비둘기 할아버지, 학교 후배 소연이, 성북천 터줏대감 흰 오리 등 새로운 캐릭터들까지 더해지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작가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하천인 성북천의 이름은 물론 실제 모습을 웹툰에 그대로 담았다.

징검다리와 공영 주차장 모습이 그대로 묘사되고, 성북천에서 10년 넘게 유명 인사로 꼽히는 흰 오리는 아예 주요 역할로 나왔다.

배경부터 캐릭터까지 실제에 기반하다 보니, 아무래도 작가가 성북천을 산책하다가 이 이야기를 떠올렸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비둘기가 주인공인 만큼 조류 행동 묘사가 탁월하다.

더위에 퍼지거나, 냇가에서 시원하게 목욕하고, 목을 움직여가며 뒤뚱대듯 걷는 비둘기의 모습 등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비둘기와 오리 실제 사진을 활용해 웹툰 컷 속에 콜라주(조각을 붙여 새 이미지를 만드는 기법)한 것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가 조금 더 생생해지는 느낌이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