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원전 공사비 조단위 증가 관측…한전·한수원 '부담 내분'

연합뉴스 2025-01-24 17:00:10

로펌 각각 선임해 런던국제중재법원 '법정 다툼' 채비까지

예상 수임료만 200억원대…"K-원전 수출 걸림돌 될 것" 우려

추가 비용 확정 땐 바라카 원전 이익률 저하 전망도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전경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총공사비가 2009년 계약 때 예상보다 조단위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주계약자인 한국전력과 실제 원전 건설에서 운영에 이르는 폭넓은 업무를 수행한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이 정산 과정에서 불어난 사업비를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을 못 좁힌 채 각자 로펌을 선임해 국제 분쟁 준비까지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갈등을 풀어 제3국 원전 수출에 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서 원전 업계에서는 '팀코리아' 내분이 증폭된다면 힘겹게 마련한 원전 수출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UAE 바라카 원전 최종 정산 문제를 놓고 협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런던국재중재법원(LCIA)에서 진행될 법정 다툼에 대비해 각각 국내외 로펌을 선임했다.

한전이 대표로 나선 '팀 코리아'는 지난 2009년 약 20조원에 바라카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이다.

순차적인 건설을 통해 작년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이에 발주사와 주계약자, 협력 업체들이 최종 정산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계약자인 한전과 한수원 간에 당초 계획보다 증가한 비용 부담 문제가 불거졌다.

한수원은 작년 말 한전에 정식으로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는 '클레임'을 제기했다. 한수원 측이 제기한 추가 비용은 조단위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은 분쟁이 런던국제중재소로 갈 것에 대비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로펌을 최근 선임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상 자문료를 약 1천400만달러(약 200억원)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법무 비용을 근거로 한전과 한수원 간 정산금 분쟁 규모가 적어도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한다.

한전과 한수원이 런던국제중재법원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협상 시한을 정하진 않았지만 양사 간 입장 차이가 커 협상에 진통이 거듭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으로서는 자체적으로 산정한 추가 비용을 정산으로 보전받지 못하면 향후 큰 규모의 손실을 안아야 한다. 현 경영진으로서는 향후 배임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모기업인 한전도 러·우 전쟁 전후로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해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 상황에 빠져 조단위 추가 정산 부담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기업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이견이 있을 때는 제3의 객관적 기관의 판단을 구해 그것을 근거로 결정하는 것이 문제의 소지를 줄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열린 UAE 바라카 원전 착공식

대형 플랜트나 건설 사업에서 공기 지연, 발주자의 설계 변경 요청, 자재비 상승 등 여러 이유로 프로젝트 완공 후 추가 비용 정산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으로 건설된 컨소시엄도 한수원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별도 추가 공사비 정산을 한전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바라카 원전 사업의 사업비가 조단위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해결 과정에서 '팀 코리아'의 핵심 공기업이자 모기업-자회사 관계인 한전, 한수원이 법적 다툼까지 불사하는 내분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주의 쾌거 사례로 기록됐지만 수주 후 수익성에 관한 정보가 전면적으로 대외에 공개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작년 상반기까지 바라카 원전의 누적 매출 이익률이 1%대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종 정산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된다면 이익률 산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바라카 원전은 한국의 첫 해외 수출 원전으로 그 자체로 중요한 '트렉 레코드'가 되어 추가 수출을 촉진하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는 점, 주기기·보조기기 등 다양한 일감을 국내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익률만 놓고 원전 수출의 효과를 따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바라카 원전은 '팀코리아'가 건설 역할 외에도 지분 투자를 통해 운영사로 직접 참여해 장기간 발전소 운영 이익을 공유하고, 원전 연료도 독점 공급해 원전 건설 자체 외에 다른 수익 확보 수단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팀 코리아' 내분 가능성이 모처럼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해결해 수출 걸림돌을 제거하고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가시권에 둔 현 국면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정식) 중재가 진행될 경우 대한민국 원전 수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외국 로펌들만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법률 수수료를 챙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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