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트럼프 취임사, 거의 모든 민생문제 외면"

연합뉴스 2025-01-24 16:00:13

보건·주택·불평등…"말한 것보다 말 안한 것에 더 놀라"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명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버몬트주·무소속) 미국 연방상원의원이 영국 신문에 기고문을 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거의 모든 주요 민생문제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말하지 않은 것'이라는 제목이 달린 샌더스 의원의 기고문을 실었다.

20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샌더스 의원은 "말할 필요조차 없이 나는 그가 말한 거의 모든 것에 반대한다"면서, 트럼프가 '말한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 때문에 놀랐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임기 첫 연설인 취임사에서 "이 나라(미국)의 일하는 가정이 직면한 중요한 이슈들 거의 모두를 무시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 건강보험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하는 데다가비용까지 엄청나게 많이 들며 부유한 나라들 중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미국뿐이라며, 이렇게 심각한 미국의 건강보험 위기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트럼프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샌더스는 미국인들이 처방약에 지불하는 가격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다른 나라에서 파는 똑같은 약 가격의 10배가 넘는 경우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미국에는 노숙자가 80만명에 이르고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본인 소득의 50% 내지 60%를 주거에 쓰고 있을 정도로, 미국의 주택난이 심각하다는 점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샌더스는 말했다.

이런 이슈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사에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미국 연방상원의원 (PG)

샌더스 의원은 미국의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3명이 우리 사회 하위 50%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3명'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가 빈부격차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어쩌면 취임식 때 트럼프 바로 뒤에 그 3명이 앉아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샌더스는 이들 3명의 재산이 작년 11월 대통령선거 이래 2천330억 달러(334조 원) 증가했다며 "그들이 트럼프 바로 뒤에 앉아 있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또 트럼프가 기후위기 대응 방안은 언급하지 않고 오직 화석연료 채굴을 독려해 이미 나쁜 기후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뜻만 밝혔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앞으로 트럼프가 내놓는 말도 안 되는 얘기에 하나하나 반응해서는 안 된다며, 주요 민생 이슈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정의에 바탕을 둔 미국을 만들기 위해 싸워야만 한다. 일을 시작하자"는 말로 기고문을 마무리했다.

limhwas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