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유기 교사 혐의…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 선고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당직 근무 중 회식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을까 봐 회식 후 음주운전 사고를 낸 부하 직원 사건을 숨기려 한 경찰 간부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태업 판사는 직무 유기 교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 간부 A(53)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판사는 A씨의 지시를 받고 동료 경찰관을 상대로 음주 측정을 곧바로 하지 않은 혐의(직무 유기)로 함께 기소된 경찰관 B(46)씨에게는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2022년 9월 14일 새벽 시간에 인천시 중구 도로에서 부하 직원 C씨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사실을 알게 되자 교통조사팀 소속 B씨에게 음주 측정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사고 전날 팀장인 A씨를 포함한 팀원들과 함께 회식했고, 이후 따로 2차 술자리를 한 뒤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인천 중부경찰서 교통조사팀의 연락을 받은 그는 2시간 뒤 경찰서에 출석했으나 곧바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다.
당시 A씨가 사건 담당자인 B씨에게 연락해 "음주 측정을 하지 말고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C씨를 보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직 근무 중에 회식했다가 부하직원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 징계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새벽에 음주 측정을 하지 않고 귀가한 C씨는 아침이 돼 경찰서에 소문이 퍼지자 사고 발생 10시간 만에 음주 측정을 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할 추가 증거도 찾지 못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C씨에게 적용했다.
C씨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강등됐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에게 C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B씨 진술 등 여러 증거를 토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의 '제 식구 감싸기'로 경찰 조직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경찰관인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수사의 엄격성이 침해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모두 B씨에게 떠넘겨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20년 넘게 경찰관으로 일하며 여러 차례 표창을 받았고 과거에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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