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들 'DEI 폐기' 순응 분위기지만…코스트코는 달랐다

연합뉴스 2025-01-24 13:00:13

보수단체 제출 안건에 경영진이 단호히 반대…주총서 98%로 부결

애플·골드만삭스 등서도 저항…일부 주변호사회는 거부방침 성명

코스트코 매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대기업 상당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방침에 순응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소매업체 코스트코의 주주들과 경영진이 단호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열린 코스트코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한 보수단체가 주주제안 안건으로 제출한 사내 DEI 정책 재검토 요구안이 98%가 넘는 반대표에 압도적으로 부결됐다.

론 배크리스 코스트코 최고경영자(CEO)는 투표 결과가 나온 후 회사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음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주총 전에 코스트코 경영진은 DEI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단호히 제시하면서 주주들에게 이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권고했다.

코스트코는 고위직 인력 분포 측면에서 보면 백인 남성 위주의 기업이다

데이터가 공개된 최근 시점인 2023년 기준으로 임원급 중 65%가 백인 남성이며, 여성까지 합한 백인 임원의 비율은 81%다.

흑인 임원은 1명밖에 없었다.

"트럼프가 돌아왔다"…취임식 다룬 미국 신문들

코스트코 주총에서 부결된 사내 DEI 정책 재검토 요구안은 '공공정책연구전국센터'(NCPPR)라는 보수단체가 마련해 제출한 것이다.

NCPPR은 애플, 의류업체 리바이스, 제약업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투자업체 버크셔해서웨이, 금융업체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에도 유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 중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의 CEO들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NCPPR의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DEI 정책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애플 이사회는 2월 25일로 예정된 연례 주총을 앞두고 NCPPR이 제출한 안건을 부결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하면서, "누구나 각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소속감의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DEI를 폐기하도록 강력히 유도한다는 정책을 밝혔으며, 상당수 미국 기업들은 이런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을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기업 메타 플랫폼스는 사내 DEI 프로그램과 관련 업무 부서들을 없애기로 했다.

아마존은 DEI 프로그램 일부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맥도날드도 DEI 프로그램 일부를 없애고 고위직 중 소수자 비율 목표 등 채용과 승진에 관한 DEI 규정을 폐지하는 한편, DEI 관련 외부기관 설문조사에도 불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PG)

월마트는 입점업체들이 미성년 성소수자를 겨냥한 제품들을 올리지 못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인종과 젠더를 감안해온 관행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이 해마다 발표하는 '회사 평등 지수' 산정을 위한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한 대기업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자동차업체 포드, 모터사이클 업체 할리데이비슨, 월마트, 주택 자재 소매업체 로우스, '잭 대니얼스' 브랜드로 유명한 주류업체 브라운-포먼 등은 HRC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작년에 방침을 정했으며, 맥도날드는 올해 초 같은 방침을 밝혔다.

'불법적 차별이나 선호에 해당하는' 민간부문 DEI를 폐기토록 유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진보 성향이 짙은 주들을 중심으로 법조인 직역단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DEI 장려를 위한 연수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매사추세츠주 변호사회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는 22일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불법적 차별이나 혜택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트럼프의 방침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각각 밝혔다.

지방변호사회들에는 법조계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는 인종집단에 속한 로스쿨 학생이나 신참 법조인들의 법조계 진출과 구직을 도와주는 연수 지원 프로그램이나 장학금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limhwas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