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NEC 부위원장 "韓안전지대 아냐…FTA 재협상 가능성"(종합)

연합뉴스 2025-01-24 13:00:09

한경협 세미나 화상 참석…"본격 관세 부과는 4월 이후"

1국내 전문가 "FTA 개정 이어질진 두고 봐야…한다면 車시장"

행정명령에 사인하는 트럼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인사로부터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을 지낸 켈리 앤 쇼는 24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트럼프 2.0 시대 개막 100시간과 한국 경제' 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쇼 전 부위원장은 "미국은 현재 통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우선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지만,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외국과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기존 무역협정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국과의 교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집권 1기 시절처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몰아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쇼 전 부위원장은 "다음 달 1일 예고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불법 이민, 마약 유통 등 비경제적 이유로 실시되는 것이라면,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관세 부과는 정부 조사가 완료되는 4월 이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상 기조강연을 하는 캘리 앤 쇼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한미 FTA 개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진 않다고 봤다.

다만 미국이 재협상에 나설 경우 자동차를 비롯한 대미 흑자 업종에 관련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한미 FTA를 직접 공격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관세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겠지만 한미 FTA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한미 FTA 재협상이 제기된다면 미국 자동차 시장을 방어하려는 조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처음 한미 FTA를 체결할 때는 미국 자동차를 한국에 팔려고 했지만 지금은 한국의 자동차 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고문은 "꼭 관세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상품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참고 사례를 언급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도 "FTA 재협상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FTA 차원에서 관세 협상을 할 것 같진 않다"며 "관세는 별도로 빠르게 진행하고 FTA 재협상은 규범이나 제도를 바꾸는 쪽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인협회 세미나 참석자들

이날 세미나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 방향에 대한 여러 제안이 나왔다.

조수정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화될수록 중국의 상품과 자본이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위험이 있다"며 "'차이나 웨이브'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원규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한국이 중국과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부품의 대체 관계에 있다면서 "배터리의 경우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가 대한국 관세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으면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신 연구위원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사후 관세 예외(exclusion)를 받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패키지 딜'을 통해 전략산업군에 대해서는 사전 관세 면제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단장은 2026년 캘리포니아주, 조지아주 등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주에서 주지사·주의회 선거가 예정돼있는 만큼 정교한 아웃 리치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in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