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연합뉴스 2025-01-24 12:00:11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 볍씨의 방언이라는 씻나락을 귀신이 까먹고 있습니다. 시청각 이미지 자극이 돋보이는 속담입니다. 분명하지 아니하게 우물우물 말하는 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른다는 게 사전의 첫 번째 풀이이지만, 이치에 닿지 않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말이라는 세 번째 뜻으로 쓸 때도 많습니다. 통렬한 말맛이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는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참 단잠 자는 새벽에 남의 집 봉창을 두들겨 놀라 깨게 한다는 뜻으로, 뜻밖의 일이나 말을 갑자기 불쑥 내미는 행동을 빗댈 때는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합니다. 봉창은 [창문을 여닫지 못하도록 봉함. 또는 그 창문], [채광과 통풍을 위하여 벽을 뚫어서 작은 구멍을 내고 창틀이 없이 안쪽으로 종이를 발라서 봉한 창]을 뜻합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자꾸 하면 당황스럽습니다. 제풀에 지치게 하는 게 상책입니다.

소로리 볍씨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표현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큰 잘못을 저질러 큰 벌을 받을 것 같으니까, 다급해졌지요. 불리한 상황에 대하여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꼴이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크고 넓은 하늘을 작고 좁은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합니다. 백번을 양보하여,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손바닥을 한데 모아야 가려질까 말까일 텐데, 손바닥은 적고 한데 모이지도 않을뿐더러 모여도 서로 어긋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입벌구]란 낱말을 심심찮게 만납니다. '입만 벌리면 구라'의 준말입니다. 속된 느낌이 들지만, 신조어로 자리 잡는 모양새입니다. 이 단어가 꺼려지나요. 그렇다면 대체어로 '숨다거'는 어떨까요? 숨 쉬는 것조차 다 거짓말 또는 숨 쉬는 것마저 다 거짓말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줄였습니다. 예전에 그랬습니다. 밥 먹듯 거짓말하는 이를 두고서 "저이는 숨 쉬는 것만 빼고 다 거짓말 같아"라고요.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에 거짓말이 쌓여 대류권을 뚫고 성층권으로 향합니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자기심골(刺肌沁骨. 살을 찌르고 뼈에 스며든다)의 진실이 내장된 과장(誇張)일 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네이버 사전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