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76%. 북한 가족 생사도 몰라"

연합뉴스 2025-01-24 11:00:08

제4차 남북이산가족 실태조사…상봉 등 교류 경험자는 5%뿐

'보고 싶은 가족'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정부에 등록한 이산가족 대부분이 북에 있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지난해 실시한 제4차 남북 이산가족 실태조사에서 심층조사(대면 면접조사) 대상자 5천103명 가운데 75.5%가 북한에 있는 가족·친지의 생사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응답했다고 24일 밝혔다.

북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이산가족 가운데 상봉, 서신 교환, 통화 같은 교류를 경험한 비율은 20.9%(261명)에 그쳤다. 전체 등록 이산가족으로 따져보면 불과 5% 정도만 북한에 있는 가족과 교류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교류 경로(복수 응답)는 당국 차원(57.4%)이 민간 차원(46.7%)보다 조금 많았다.

생사 미확인 이산가족의 47.9%는 향후 소식을 확인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는데, 그들 대부분(91.9%)은 고령으로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꼽았다.

제4차 남북 이산가족 실태조사 중 심층조사 결과

이산가족이 선호하는 교류 형태는 ▲ 생사 등 소식확인 55.3% ▲ 대면 상봉 14.4% ▲ 고향방문 3.5% 순으로 조사됐다.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이산가족 정책(복수 선택)으로는 77.2%가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사망 시 통보제도'를 꼽았다. 상봉 정례화(37.5%), 남북 간 서신교환 제도 마련(18.2%), 화상상봉 활성화(11.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연락처가 확인된 생존 이산가족 등록자 3만6천17명 가운데 성·연령·거주지 등을 비례 배분해 선정한 5천103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 면접조사 방식으로 작년 9월 23일부터 11월 17일 사이에 진행됐다.

전체 생존 이산가족 대상의 전수조사(2만5천373명 전화 면접조사)에서 교류 형태별 참여 희망 비율은 ▲ 생사확인 62.3% ▲ 상봉 57.2% ▲ 서신·영상편지 교환 52.1% ▲ 고향 방문 43.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2021년 제3차 실태조사 때 ▲ 생사확인 75.7%, ▲ 고향방문 69.7% ▲ 상봉 65.8% ▲ 서신·영상편지 교환 60.0% 순이었던 결과와 비교하면 교류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고향 방문'을 희망한 비율이 대폭 하락(26.7%포인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1세대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고향 방문에 대한 기대가 감소하는 등 교류 형태 선호도 변화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수조사의 국내 응답자(2만5천282명) 중 90세 이상이 24.1%에 이르고 80대와 70대는 각각 39.5%와 21.7%로, 70대 이상 고령층이 85.3%에 달했다.

이산가족 실태조사는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2011년 5년 주기로 도입됐다가 지난해 이산가족의 고령화를 고려해 조사 주기가 3년으로 단축됐다.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