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트럼프' 브라질 前대통령, '선거불복 폭동자 사면' 요구

연합뉴스 2025-01-24 10:00:22

'쿠데타 모의 혐의' 보우소나루 "브라질에서도 미국처럼 잘 해결되길"

2023년 6월 현지 취재진과 대화하는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022년 대선 패배 후 장성 및 측근과 함께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2023년 발생한 선거 불복 폭동 관련 범죄자들에 대한 사면을 의회에 요구했다.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방송된 CNN 브라질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일어난 많은 일이 브라질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정처럼 "브라질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사안은 '1·6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로 기소된 1천500여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으나 그 결과를 부정했으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1년 1월 6일 워싱턴DC에 있는 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렸다가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2023년 1월 8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궁에 몰려든 보우소나루 지지자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3년 1월 8일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취임에 반대하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대통령궁·의사당·대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2019∼2022년 브라질을 이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당시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하는 취지의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는 또 몇몇 각료 및 군 장성들과 함께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비상사태 선포와 대법관 구금 등을 통해 대통령직을 유지한다'는 취지의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브라질 전 대통령은 CNN 브라질에 "녹색과 노란색(브라질 국기 색) 셔츠를 입고 성경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최장 1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보면, 고문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하며 "의회에서 (사면) 방법을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보우소나루는 재임 중 거침없는 막말과 포퓰리스트 성향으로 브라질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트럼프와 닮은 꼴', '열대의 트럼프',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렸다.

권력남용과 선거 시스템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유포 등을 이유로 2030년까지 피선거권을 잃은 그는 "내년 대선을 통해 대통령직에 복귀하고 싶다"면서도 "부인(미셸리 보우소나루) 또는 아들(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이 출마하는 데에도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