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다와다 요코 3부작 마지막 장편 '태양제도'

연합뉴스 2025-01-24 09:00:11

칠레로 이주한 프랑스인 가족 일대기 '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태양제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태양제도 = 다와다 요코 지음. 정수윤 옮김.

다와다 요코의 '히루코(Hiruko) 여행' 연작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앞선 두 장편 '지구에 아로새겨진', '별에 어른거리는'과 이야기가 연결된다.

유학 도중 고국인 섬나라가 사라져버린 히루코는 친구들과 배를 타고 사라진 자신의 나라를 찾기 위해 여행한다.

이들의 여정은 독일, 폴란드, 라트비아 등 발트해의 해안선을 둘러싼 여러 나라의 섬과 도시를 거친다. 히루코와 친구들은 유쾌한 말장난과 진지한 토론을 넘나드는 대화를 끊임없이 나눈다.

종반부에 히루코 일행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당도한다. 이곳에서 내륙을 통해 모스크바로 이동한 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동쪽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비자가 없어 입국을 거부당하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비록 계획이 틀어지고 내일 어떻게 될지도 예측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히루코는 친구들과 이대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은유로 가득해 다소 난해하게 읽히는 이 작품은 인물들 사이 대화를 통해 국가가 무엇인지, 언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다와다 요코는 독일어와 일본어 두 언어로 작품 활동을 하며 양국에서 괴테 메달과 아쿠타가와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된다.

은행나무. 364쪽.

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들은 기이하고 슬픈 이야기

▲ 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들은 기이하고 슬픈 이야기 = 미겔 본푸아 지음. 윤진 옮김.

프랑스에서 칠레로 이주한 가족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 프랑스 소설가 미겔 본푸아의 신작 장편이다.

포도 농사를 짓던 프랑스인 롱소니에는 1873년 야생 진디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자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 위해 배에 오르는데, 전염병에 걸렸다는 오해를 받고 중도에 칠레의 항구도시에 버려진다.

칠레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롱소니에는 마찬가지로 프랑스인 출신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청동제 발 네 개가 떠받치는 거대한 법랑 욕조를 집안에 들인다. 이때부터 욕조는 롱소니에 집안 사람들과 운명을 함께한다.

롱소니에 가문 사람들은 1·2차 세계대전과 칠레의 피노체트 군부 독재 등 역사적 파도에 휘말린다. 결국 칠레로 이주한 지 100년 만인 1973년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돌아가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소설은 흡입력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로 호평받으며 2021년 프랑스 서점대상을 받았다.

복복서가. 280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