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설날 세뱃돈 얼마가 적당할까?

연합뉴스 2025-01-24 09:00:10

조선시대에도 세뱃돈 있어…현물에서 돈으로

설날 세뱃돈 관행 여전…'3만~10만원' 대세

'대학생 때까지 세뱃돈 받는다' 의견 많아

세뱃돈 얼마 받을까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매년 설날이 다가오면 어린 조카 등 친인척 자녀들에게 세뱃돈을 얼마 정도 주면 좋을지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된다.

오랜만에 보는 자리인데 세뱃돈 때문에 인색하다는 말을 듣기도 싫지만 과하게 줬다는 뒷말 또한 듣기 싫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설 세뱃돈 관련 글이 올라오면 적정 금액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아울러 과연 몇살까지 세뱃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세뱃돈 연령'도 열띤 논의 대상이 된다.

세뱃돈의 적정 금액은 연령과 가족 관계에 따라 다르지만 각종 설문 조사를 토대로 볼 때 일반적으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에게는 1만원에서 5만원, 중·고등학생에게는 5만원에서 10만원, 대학생에게는 10만원 내외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세뱃돈은 보통 미성년자에게 주는 게 일반적이며 성인이 되면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대학생의 경우 성인이기는 하지만 아직 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세뱃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물론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세뱃돈을 더 많이 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금액보다 마음이므로, 세뱃돈을 덕담과 함께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준다면 어떤 액수라도 큰 의미가 있다.

◇ 조선시대에도 세뱃돈 있어…현물에서 돈으로

설날 아침 어른에게 세배를 올린 아이에게 '세뱃돈'을 주는 풍습은 언제 생겼을까? 여기에는 딱 떨어지는 정답보다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세뱃돈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인 18세기 후반이다.

실학자 유득공이 정조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세시풍속지 '경도잡지'(京都雜志)에 보면 '문안비'라는 말이 나온다.

문안비란 '문안 인사를 전하는 노비'다. 먼 곳에 살아 직접 명절 인사를 갈 수 없는 윗사람에게 아랫사람이 노비나 집안의 어린아이를 보내 인사를 대신 전하는 것이다. 이때 아랫사람은 문안비에게 음식이나 과일을 들려 보냈고 윗사람은 답례 및 여비 차원에서 소정의 돈을 건넸다. 이 돈을 세뱃돈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1925년 발간된 '해동죽지'라는 서적에서도 아이들이 어른에게 세배하면 '세뱃값'을 줬다는 기록이 있다.

세뱃돈 풍속은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도 있다.

세뱃돈 감사합니다!

중국에서는 11세기부터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었고, 일본도 17세기부터 세뱃돈 풍습이 있었는데 개항 이후 일본인과 중국인이 국내 들어와 살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970∼1980년대 한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설에 세배를 하면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세뱃돈이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세뱃돈을 줄 때는 지갑에서 바로 꺼내서 주면 안 되고 미리 신권을 준비해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어놓은 봉투에 넣어서 주는 게 예의였다.

설날에 세배하며 주고받는 덕담도 예전과 지금은 다르다.

요즘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나 '부자 되세요' 등과 같은 말을 많이 하지만, 옛날에는 건강이 주된 관심사였다.

조선 18대 임금 현종의 비인 명성 황후는 딸인 명안공주에게 보낸 편지에 "새해부터는 무병장수하고 재채기 한 번도 아니 하고 푸르던 것도 없고 숨도 무궁히 평안하여 달음질하고 날래게 뛰어다니며 잘 지낸다고 하니 헤아릴 수 없이 치하한다"고 적었다.

또 17대 임금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도 딸에게 "마마를 잘 치렀고 80세까지 산다고 하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으리"라고 덕담했다.

예전에는 덕담하면서 소망이 완료된 것 같은 말투를 썼다.

새해 덕담과 관련해 요즘에는 어른들이 "돈을 많이 벌어라", "복 많이 받아라"처럼 미래형으로 말을 하지만 예전에는 "복을 받았다며" "돈을 많이 벌었다며"처럼 완료형으로 덕담을 건넸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언어 주술적 의미를 담아 완료형으로 덕담을 했던 것이라고 한다.

◇ 설날엔 세뱃돈 필수…'3만~10만원' 대세

인공지능(AI)은 설 세뱃돈의 적정액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모델 코파일럿(Copilot)은 세뱃돈을 주는 사람의 경제적 상황, 받는 연령 그리고 지역이나 가족의 전통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1만원에서 2만원 정도가 적당할 수 있고, 좀 더 큰 아이들에게는 3만원에서 5만원 정도가 적절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2월 KB국민카드가 고객 패널 '이지 토커' 400여명을 설문 조사해보니 설날 세뱃돈 적정 금액이 초등학생은 3만∼5만원, 중고등학생은 5만∼10만원이었다.

설날에 세뱃돈이나 용돈을 준비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87%로 평균 52만원을 준비하며, 세뱃돈으로는 미취학 아동은 1만원, 초등학생은 3만~5만원, 중고등학생은 5만~10만원, 성인은 10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미취학 아동에게 주는 세뱃돈은 1만원 이하가 전체의 46%, 5만원 이하가 31%, 3만원 이하가 14%, 초등학생은 5만원 이하가 42%, 3만원 이하가 29%, 1만원 이하가 15%라고 답했다. 중·고등학생은 5만원 이하가 58%로 가장 높았고, 10만원 이하가 32%였다.

세뱃돈 보내기 앱

중고생이 받고 싶어 하는 세뱃돈 액수는 5만∼10만원으로 조사됐다.

엘리트학생복이 지난해 1월 중고생 579명을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45%가 한 사람에게 받고 싶은 세뱃돈으로 5만∼10만원이라고 응답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30%는 설에 받는 세뱃돈 총액이 20만∼30만원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56%는 '세뱃돈 일부는 용돈으로 쓰고 일부는 저축한다'고 답했으며 '모두 저축한다'(11%), '학비나 생활비에 보탠다'(8.5%), '재테크를 한다'(1%)가 뒤를 이었다. 용돈의 주요 사용처는 취미·문화생활(30%), 쇼핑(27%), 간식 및 외식(24%) 순이었다.

2023년 1월 여론조사업체 네이트Q가 성인 약 6천명에게 적정 세뱃돈을 물었는데 응답자의 43%(2천650명)가 5만원이라고 답했다. 10만원을 꼽은 사람도 10%(610명)에 달했다.

2020년 1월 교육 콘텐츠 전문회사 스쿨잼에서 초등학생과 어른 1천138명을 대상으로 적정한 초등학생 세뱃돈에 대해 온라인 설문한 결과, 어른은 1만원, 초등학생은 5만원이 가장 적당하다고 답했다. 어른은 응답자의 43.0%가 1만원을 택했으며 이어 3만원(20.0%), 2만원(14.5%), 5만원(11.7%), 5천원(3.5%) 순이었다.

초등학생은 응답자의 21.3%가 5만원이 세뱃돈으로 적당하다고 답했고 3만원(20.1%), 1만원(19.5%), 2만원(18.0%)이 뒤를 이었다.

어른들의 답변 중에는 '학년별로 다르게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대부분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겐 1만원, 고학년 학생에겐 2만~3만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응답 중에는 초중고생 모두 다르게 줘야 하므로 초등학생은 적은 금액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2019년 1월 유진그룹이 계열사 임직원 1천34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세뱃돈으로 나가는 비용은 평균 17만원으로 연령별 적정 세뱃돈은 미취학 아동이 평균 2만원, 초등학생 4만원, 중학생 6만원, 고등학생 8만원, 대학생에게는 12만원이 적정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자신의 설 연휴 경비 중 세뱃돈으로 지출할 금액의 비중은 20대가 15%로 가장 적었고 50대가 28.1%로 가장 높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녀, 조카 등 세뱃돈을 줘야 할 대상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9년 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1천217명을 대상으로 '설날 경비'를 조사해보니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세뱃돈을 꼭 줘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생에게는 1만원,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는 5만원이 가장 적당한 세뱃돈 금액이라고 답했다.

2018년 2월 한국갤럽이 1천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초등학생은 1만원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중학생은 5만원(39%)과 3만원(22%)이 많았다.

2014년 1월에 초등 전과목 학습업체 '와이즈캠프'가 초등생 2천513명을 설문했더니 '어른 1명당 받고 싶은 세뱃돈 액수는 얼마냐'는 질문에 63.1%가 '5만원 이상'을 꼽았다. 1만원이 13.4%, 2만원이 9.3%, 3만원 7.7% 순이었다. 세뱃돈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를 묻는 문항에는 '저축한다'는 답변이 54.1%로 가장 많았다.

◇ '대학생 때까지 세뱃돈 받는다' 의견 많아

그렇다면 설 세뱃돈은 몇 살까지 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 2월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20대 이상 남녀 2천명을 조사했더니 세뱃돈을 '준비하겠다'(50.4%)는 응답이 '준비하지 않겠다'는 답변(49.7%)보다 조금 더 많았다.

세뱃돈을 주는 시기로는 대학생(34.7%)과 고등학생(34.7%)까지가 많았다. 취업 전 성인(16.5%)이나 결혼 전 성인(5.1%)에게 준다는 응답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세뱃돈 금액은 유·아동과 초등학생은 1만∼3만원(37.1%), 중학생은 3만∼5만원(39.6%),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5만∼10만원(각 45.8%, 37.2%), 취업 전 성인과 결혼 전 성인에게는 10만∼20만원(각 33.8%, 31.6%)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뱃돈을 준비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응답자들은 '세뱃돈을 줄 사람이 없어서'(33.3%)나 '경제적으로 힘들어서'(16.5%), '세뱃돈을 주고받는 게 부담스러워서'(15.8%) 등을 이유로 꼽았다.

"세뱃돈 받으려면"

지난해 2월 편의점 CU는 자체 커머스앱인 포켓CU에서 800여명을 설문했는데 '취업 전까지 세뱃돈을 준다'는 답변이 3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미성년자는 모두 준다'(30.4%), '나이와 관계 없이 세배만 하면 모두 준다'(18.4%), '어린이까지만 준다'(6.7%) 순이었다. 응답자의 2.1%는 '많이 버는 사람이 적게 버는 사람에게 준다'고 답했다.

답변의 양상은 세대별로도 달랐다. '취업 전까지 준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48%는 20대였다. 취업준비생 비중이 높은 20대의 희망 섞인 반응으로 풀이된다. 30대에서는 '많이 버는 사람이 적게 버는 사람에게 준다'(39%)가 많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적인 40대는 '미성년자는 다 준다'(44%)가 다수였다.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1월 20대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슷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4%가 '대학생 또는 고등학생까지 세뱃돈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취업 전까지'는 16.5%였고 '결혼 전까지'가 5.1%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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