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한국관에 AI교과서 전면 배치…사우디·태국 정부 '관심'
'지위 논란'에 AI교과서 업체 "불확실성이 최대 리스크"
(런던=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500만명의 학생에게 500만개의 교과서를"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외곽에 위치한 엑셀센터.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인 벳쇼(Bett Show)의 한국관 부스에 이런 문구가 적힌 손바닥 크기 책자가 놓여 있었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홍보 카탈로그였다.
정부가 올해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자율 도입'하기로 한 AI교과서의 최대 장점은 무엇보다 '맞춤형' 학습에 있다는 점을 압축적으로 강조한 것이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케리스)이 공동으로 꾸린 4개 부스 규모(35㎡)의 한국관 절반은 AI교과서의 해외 홍보에 활용되고 있었다.
AI교과서도 이른바 K-에듀테크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실제로 앞서 검정을 통과한 천재교육, 금성출판사·팀모노리스, 비상교육·엘리스 등 3개사의 AI교과서 시연장엔 유독 각국 정부 관계자들의 방문이 잦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교육부 관료는 자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한국의 AI교과서를 적용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물었다"며 "태국 정부 관계자도 비슷한 문의를 했다"고 전했다.
AI교과서 업체들은 현지 최적화 작업만 거치면 한국형 AI교과서의 수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관에서 만난 교육부 관계자는 "작년 벳쇼에선 AI교과서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보여줬다면 올해는 실제 적용되는 완성본을 가져왔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며 "정부로선 이런 박람회 부스 지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해외 진출을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해외 에듀테크 업체들은 AI교과서가 콘텐츠 중심인 만큼 자신들이 가진 플랫폼 기술을 접목하는 사업 제안도 했다고 한다.
다만 AI교과서 업체들 사이에선 올해 전면적 도입을 앞두고 불거진 '교과서 지위 논란'에 따른 불안감도 역력했다.
실제로 당초 'AI교과서 전시'에 참여하기로 했던 업체는 모두 8∼9곳이었으나 교과서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다수 업체가 벳쇼 참가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은상 팀모노리스 대표는 "에듀테크 업계에선 교과서든, 교육자료든 지위가 불분명한 게 가장 큰 리스크다. 어떤 방향으로든 전략을 짤 수 없기 때문"이라며 "AI교과서 지위 논란이 장기화하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팀모노리스는 물론 비상교육, 엘리스 등 다수 업체가 AI교과서가 아닌 다른 에듀테크 신기술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것도 같은 배경으로 읽힌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AI교과서보다는 수출용으로 만든 통합수업 플랫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마련한 AI교과서 전시 공간 외에 부스를 한 곳 더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교육의 통합수업 플랫폼 기술은 올해 벳쇼가 선정한 '파이널리스트'(결선작)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엘리스 역시 AI가 분석한 학습 자료를 학생과 교사가 통합웹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함께 코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별도 부스에서 전시했다.
gorious@yna.co.kr